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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바라 본 하롱베이
■ ‘바다위의 계림’ 하롱베이. 중국의 계림이 강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기기묘묘한 산(山)이 있다면, 하롱베이는 그 산들을 바다에 옮겨 놓은 듯 바다위에 아름다운 섬들의 나라를 만든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어데론가 미끄러져 간다. 각박하고 세찬 세상 속에서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 것은 왜일까? 바다와 하늘, 산들의 경계가 모호함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 허물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석회암으로 이뤄진 수 천개의 바위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태양빛을 가득 품은 에메랄드빛 바다의 아름다운 이곳에 영화 ‘인도차이나’의 주인공들처럼 험난한 세상을 피해 도피하는 심정으로 이곳에 오지는 않았을까?
■ 하롱베이(Halong Bay)! 하룡(下龍)이란 ‘용이 내려온다’는 뜻이고 베이(Bay)는 ‘만’을 말하므로 ‘용이 내려온 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용이 바다로 내려와 해안을 달리면서 꼬리를 휘저어 계곡과 협곡이 파이면서 현재의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어 용이 바다로 뛰어들자 꼬리로 파낸 곳이 바닷물로 채워지면서 높은 지대만 보이게 됐다는 것.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70km 떨어진 하롱시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말한다. 하롱베이는 약 1천600km²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2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과 기암괴석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이곳의 관광은 배를 타고 유람하는 것이 하이라이트. 배가 잔잔히 바다로 내려가면 기암괴석의 바위와 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 하롱베이 여행의 거점도시는 하노이. 아시아의 파리 하노이. 하노이는 1천년 동안 수도의 맥을 이어 오면서 유서 깊은 사원과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19세기 프랑스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지풍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즉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으로 파리의 우아함과 아시아의 속도감이 잘 조화돼 있다. ‘날아오르는 용’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라 해 ‘탕룡’으로 불리던 하노이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노이의 진정한 매력은 어쩌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수많은 하노이인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열기(熱氣)인지도 모른다.
하롱베이섬과 여객선들
■ 하롱베이의 하이라이트는 크루즈여행. 파도가 잔잔하고 수많은 산(山)이 내려와 바다위에 섬나라를 만든 곳. 고기 잡는 어선이 고요한 정적을 깨트린다. 내가 최고라는 엄지형태의 바위, 싸움닭바위, 개바위, 향로석 등 기암괴석들 뒤로 수많은 산맥처럼 계속 이어져 보이는 섬들이 아른거린다. ‘바다위의 계림’. 3층으로 단장한 멋진 유람선은 하롱베이에서 주인처럼 멋진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산책하고 있다. 유람선 꽁무니에는 10여명이 탈수 있는 자그마한 새끼배로 엮어 끌고 다닌다. 섬이나 동굴 가까이 정박 할 때는 조그마한 배로 이용하게 된다. 유람선상의 벤치에 누워 하롱베이의 하늘을 바라본다. 뭉게구름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잔잔한 배.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 그곳 유토피아로 한없이 가고 싶다.
■ 하롱베이의 최고 경치 조망하는 항띠엔꿍 동굴과 카약. 하롱베이의 섬들 중 일부에는 동굴이 있다. 그중 항띠엔꿍동굴이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꼽힌다. 항띠엔꿍동굴은 커다란 종유석 동굴을 말한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을 4개의 종유석이 받치고 있어 ‘하늘의 지붕’이라 불리기도 한다. 약 1.3km의 동굴 안에는 많은 종유석과 터널이 숨어 있는데 내부를 비추는 조명이 어울려 멋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굴 밖에 나오면 다도해처럼 펼쳐지는 하롱베이의 뜻밖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산 중턱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섬과 섬 사이를 다니는 카약, 그리고 정박해 있는 자그마한 배와 돛을 활짝 편 목선은 바다위로 솟아오른 섬 사이로 유유작작하게 다닌다. 이곳이 하롱베이의 최고 경치를 조망하는 곳 같다. 동굴에서 내려와 암벽 밑으로 연결된 나무다리를 지나 대기하고 있는 자그마한 배로 옮겨 탄다. 그리고 카약을 탈수 있는 곳에서 수많은 바닷물고기를 횟감으로 팔고 있다. 어데선가 달려온 이동식 수상배의 여인은 아기를 발로 껴안은 채 물건을 사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하롱베이 선셋
■ 섬 사이로 사라지는 하롱베이의 해넘이(Sunset). 하롱베이에서 해넘이(Sunset)는 바다 위로 해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섬 사이로 해가 사라지는 특이한 광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3층 선상의 갑판에서 바라본 노을빛은 파스텔가루만큼이나 엷다. 그 노을에 물든 섬과 바다, 바다에 비친 햇빛은 파도가 없는 잔잔함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비친다. 섬과 섬 사이에서 고기 잡는 고깃배와 그에 묶여 줄줄 따라다니는 새끼배의 어린양 모습이 하롱베이 바다의 노을빛 향연에 초대된 손님 같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밀려 노을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영겁의 세월 속에 사라졌으련만 오늘은 유달리도 첫사랑을 보내는 아쉬움만 느낀다. 아듀! 하롱베이.
■ 하롱베이의 선상에서의 하룻밤. 당일로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여러 섬을 구경할 수도 있지만 섬과 섬 사이의 하롱베이 선상에서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하롱베이의 선셋을 구경하며 시작한 하롱베이의 밤은 무엇을 하려는지 기다려지는 밤이 된다. 선셋이 끝난 멋진 3층의 여객선은 바다위 잠자리에 정박하고 무엇인가 준비하며 분주하게 돌아간다. 몇 척의 멋있는 목선들도 주위에 정박한다. 그동안 기다리는 여행객은 배 위에서 뛰어내려 수영을 즐기거나 담소를 나눈다. 깜깜한 밤, 바닷물에 비치는 목선의 불빛들, 바닷물결 소리만 출렁이는 밤의 향연에 초대된 손님 같다. 해산물이 나오는 저녁과 함께 시원한 맥주는 나그네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깜깜한 바다 위 저편에도 바다 위에 정박한 여객선 안에 움직임이 분주하게 보인다. 각 나라에서 온 나그네들은 서로 자기나라 자랑에 여념이 없고 저녁 후 한번 즐겨보자고 다짐한다. 식사 후에는 낚시를 즐기거나 노래방을 이용할 수 있다. 선상의 노래방은 영어,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 각 나라의 노래가 준비돼 있고 즉석에서 국제 페스티벌이 열리며 은근히 자기나라 노래의 경연장이 된다. 자연스럽게 배안의 스테이지에 나와서 댄싱을 하며 서로가 격의 없는 친구가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열기를 더해 하롱베이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하롱베이 최대 섬인 깟바섬 항구
■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섬, 깟바섬(Catba Island)에 들어간다.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섬인 깟바섬에 들어가면 가파른 산 정상, 열대 숲, 협곡, 오지마을 등 다양한 광경을 체험할 수 있다. 미로처럼 얽힌 깟바섬 정상 트레일도 있으며 생각보다 큰 섬의 풍경을 느끼게 된다. 깟바섬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면적은 350km²에 달하며 희귀식물과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배는 깟바섬의 북쪽으로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깟바섬 시내까지는 섬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거리는 약 20km정도 버스를 타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깟바섬의 여러 면을 보게 된다. 선착장 입구에는 바닷물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가 펼쳐져 있다. 섬을 가로질러 들어가는 길목의 중앙엔 깟바섬국립공원 관리소가 있고 그곳에서 산 정상까지 트레일이 시작된다. 다운타운은 꽤 커다란 항구가 있으며 바다에서 떠있는 선상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에서 몽키섬 등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기점이기도 하다. 밤의 깟바 타운은 네온사인 불빛과 분수대, 선상 레스토랑이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깟바타운에서 1km정도 떨어져 있는 조용한 리조트(Catba Sunrise Resort)는 리조트 소유의 아름다운 프라이빗 비치에서 오붓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뒤편으로는 깎아지는 듯 한 검은 절벽이 계속 이어지는 산책길이 있으며 아침에는 해돋이(Sunrise)를 감상할 수 있는 깟바섬의 명소가 되는 곳이다.
깟바섬의 트래킹 킬-자연을존경하라-표지판이있다
■ 자연을 존중하자(Respect the Nature)는 깟바섬 트래킹. 깟바섬 북쪽 선착장에서 섬을 가로질러 중간쯤에 국립공원 안내소가 나온다. 깟바섬의 숲속을 트래킹하며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산 정상의 응우람피크(NguLam Peak, 해발 225m)까지는 왕복 2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열대 밀림 속을 걷는다. 일찍 트레킹하면 사슴이나 고슴도치, 원숭이 등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가파른 숲속의 계단을 지나자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어떤 곳으로 가도 정상이 나온다는데 조금 험한 경사 길을 택한다.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몇 군데는 심한 경사도가 있고 암벽을 지나야 하는 산행은 만만치가 않다. 8부 능선쯤 다다랐을 때 꼭대기의 전망대가 보인다. 열대지방이라 날씨가 무더워 쉽게 숨이 찬다. 정상에는 바람도 없고 뜨거운 햇빛, 그리고 과거 북베트남군이 적군의 비행기를 감시하던 낡은 전망대가 반긴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깟바섬의 열대 숲 풍경이 아름답다. 산 아래 계곡에 숨어 있는 성냥갑만한 집들이 앙증스럽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이제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내려오는 길은 다른 코스를 택했다. 문득 서있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Respect The Nature (자연을 존경하라)’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자고 하는데 하롱베이의 깟바섬은 ‘자연을 존중하자’고 한다. 한 차원 높여서 말이다.
몽키아일랜드에서의 원숭이들
■ 하롱베이에는 노랑머리 원숭이가 살고 있다. 노랑머리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몽키아일랜드(Monkey Island). 깟바섬 남쪽에는 깟바섬 다운타운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선착장이 나온다. 그 선착장은 아주 특이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섬으로 둘러 쌓여있는 만(Bay)의 형태로 물결이 잔잔하며 물고기촌(fishing village)을 형성하며 많은 배들이 물위에 정박해 고기를 기르고 팔며 생활하고 있다. 그 고깃배들은 이동하지 않는 것 같고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 보금자리 같다. 물고기촌을 벗어나자 넓은 바다가 나온다. 깟바섬 선착장에서 배로 20~30분 정도 소요된다. 몽키섬에 다다르면 근사한 하얀 백사장이 나타나고 몇 명의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섬에서 내려 숲속으로 들어가니 10여 마리의 노랑머리의 원숭이 들이 모인다. 아마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그동안 방문객들이 먹이를 줘 친근해지는 것 같다. 손에 먹이를 주면 바로바로 빼앗아간다. 마침 먹다 남은 캔맥주를 주니 냉큼 받아 마신다. 노란머리 원숭이가 맥주 맛을 아는 것 같다. 그러다 취하면 어떡하지? 땅콩을 주면 손을 내밀어 가져가고 조금 높게 땅콩을 보이면 입을 벌려 입에다 넣어주길 기다린다. 초가지붕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스를 마시는데 문득 다른 곳을 바라보니 탁자에 있던 주스병을 순식간에 낚아채 도망간다. 얌체족 노랑머리원숭이다. 아무래도 몽키섬의 주인은 노랑머리 원숭이가 아닌가 싶다.

■ 멍키섬의 정상에는 하롱베이의 숨은 비경이 있다. 멍키섬 해변을 따라서 걷다보면 해변의 끄트머리에 산으로 트래킹 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다. 바위로 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혹시 산속에도 노란머리원숭이가 나타나는가 하고 궁금해진다. 10여분 정도 오르면 자그마한 산 능선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능선너머의 해안선과 바위 절경이 기다린다. 한쪽에는 아름다운 멍키섬의 해안과 사람들의 해수욕, 반대편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해안선, 이곳까지 올라온 보람이 생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운데 산 능선을 두고 아름다운 양쪽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더 정상 쪽으로 올라가 본다. 어두운 깊은 숲으로 이뤄진 동굴이 나타나고 그 숲을 지나자 정상에 오르는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바위를 잡고 오르는 산악등반 같다. 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양쪽 해안이 선명하게 보이고 사진을 찍으면 그림이 된다. 나무덩굴과 깊은 숲, 큰 바위를 뚫고 전진하니 정상 부근에서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더 이상 오르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땀을 닦으면서 하롱베이의 숨은 비경을 바라본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하롱베이 아름다운 절경과 이곳 멍키섬 정상에서 바라보는 양쪽 해안선과 절벽 그리고 수놓은 듯 한 섬들의 모습은 하롱베이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다.
몽키아일랜드에서 바라 본 하롱베이
하롱베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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