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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가든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하늘이 높다. 뭉게구름이 떠있다. 오전에 보이던 하얀 조각달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만 귓가를 스친다. 신작로를 따라 전봇대와 가로수가 나란히 서서 반긴다.
김제 들녘의 익어가는 벼가 다정하다. 부안 가는 길이다. 이정표가 보인다. 개암사로 들어서서 제법 지나다 보니 왼쪽에 저수지가 나타나고 고즈넉하고 편안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저기 ‘개암가든’이 보인다. 친구를 만났다. 하는 일도 살아온 세월도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더러 있고 취향도 얼추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식성이라고 많이 다르지 않겠지. 요즘에는 찾기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닭곰탕집이 더러 있었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 넣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맛있는 닭곰탕집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
‘개암가든’에 들어서니 푸근한 인상의 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처음 가는 곳 같지 않더라. 때를 지나쳐선지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이미 곰소항에서 싱싱한 숭어를 한 상 근사하게 만난 터라 바쁘지도 않았다. 한 마리를 곰탕으로 만들어 포장을 하기로 했다. 다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3년 묵은 김치와 잘 익은 파김치까지 십 여가지 찬에 대한 칭찬으로 친구 입의 침이 다 마를 정도였다.
곰탕을 조금 덜어서 맛을 보기로 했다. 이런… 좋은 콩이 많지 않아 예년보다 적게 담았다는 된장 하나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하겠다. 맛있다. 한 그릇을 내 오셨다. 친구가 참 잘 먹는다. 물론 나도 다르지 않다. 주인 아주머니가 실없는 소리도 잘 받아주시더니 양푼에 밥을 비비면서 우리 자리로 온다. 친구가 이야기 한다. 국물에 먹던 숟가락을 적시란다. 그리고는 일행이 모두 양푼으로 달려들었다. 우하하하, 처음 보는 비빔밥이다. 신선한 닭가슴살회를 넣은 새콤한 맛이다. 궁금하면 가보시라. 그렇다고 아주머니가 양푼들고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일행은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경쟁하듯 떠 먹었다. 바닥이 보인다. 친구가 그릇을 들더니 훌쩍 마시고는 마침표를 찍는다. 참 자~알 먹었다! 어느 시인이 노래하는 친구처럼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나눌 수는 없겠지만 함께 할 작은 것이라도 있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문득 다가온 가을도 이 계절에 만나게 된 친구도 모두 반갑다. 가을 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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