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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석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추석이 다가오면 즐거운 기대감이 생긴다. 자작거리며 전을 부치고 나물 무치느라 부산한 주방 근처에 얼씬거리다가 살짝 입에 넣어주는 동태전의 맛은 기름이 묻어 반짝거리는 입술만큼이나 기억에 또렷하다. 그 중 동그랑땡을 표나지 않게 집어먹던 버릇은 아직 그대로지만 아내의 싫지 않은 잔소리가 더해졌을 뿐이다. 게다가 지금이야 TV 자료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방앗간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풍경은 명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소박했던 그 시절에는 쇠고기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선물로 들고 다니기도 했었다. 과일은 날씨 덕분에 비싸져서, 고기는 한우와 수입육중에서 선택하기가, 생필품 선물 셋트는 성의 없어 보일까 고민이다. 독특한 무엇인가를 찾아 정성이 들어간 선물로 준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상점마다 잘 포장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여전히 명절 분위기를 낸다. 집에서 가족이 모여 추석 아침을 들고 성묘에 나선다. 길에서 만나는 만두와 찜빵을 차 안에서 먹는데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다만, 가족과 나눌만한 점심 자리가 딱히 마땅치 않았는데 식당 한 곳을 찾았다. 성묘 가는 길에 위치한 파주 ‘뇌조리국수집’이다. 잔치국수에 돼지갈비를 구워서는 갈쌈국수라 부르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내놓는단다. 지나치며 보아온 국수집이 어느 날 유명하여졌다니 들려 볼 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처가에 들린다. 때마다 기대되는 것은 월간 여성잡지에나 등장 할 듯한, 보기도 맛도 좋은 요리로 큰처남댁이 색다른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게 연휴가 끝날 때쯤이면 보름달만큼이나 크고 둥근 양푼에다가 남은 나물과 찬들을 모아서 고추장 넣고 썩썩 비벼서는 함께 둘러앉아 먹는 모습이 식탁마다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나물 몇 가지, 꾸들꾸들하게 말린 생선, 산적, 고기에 떡까지 구색을 갖추자면 말로야 수월하지만 어디 보통일 이던가? 한복이 평상복이 아닌지 오래된 것처럼 명절 음식도 집집마다 간편하고 특색 있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집 근처와 인사 다니는 길에 맛 집 하나쯤 찾아보자. 평화동의 칼칼한 매운탕이나 북부시장의 담백한 칼국수, 미륵사지 둘레길 걷다가 순두부 한 그릇도 괜찮겠다. 김제 들녘이 황금색으로 물결치기 시작하는 것과 청명하게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날씨가 조금 흐린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보름달이 보이지 않는다면 마음 속에 둥근달 하나 띄워놓으면 그만이지. 어느새 지나갈 이 계절을 마음 가득 담아 놓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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