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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속의 엘륜키 열대우림.
◆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섬 푸에르토리코. 16세기에 스페인의 초대 총독 보세드레용이 ‘부유한 항구’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곳이다. 국민은 주로 스페인인과 아프리카인의 혈통이 섞인 혼혈족으로 이뤄져 있다. 수도 산후안(San Juan)은 유럽과 중남미를 잇는 전략적인 요충지로 엘모르요새, 산크리스토발요새 등이 축조돼 있다. 미국은 이 요새를 뚫고 스페인 군대를 물리쳐 오늘날은 미국령으로 돼 있는 곳이다. 카리브해 연안에 우뚝 솟은 엘윤키의 정상(914m), 카리브해안의 비, 바람을 품에 안으며, 엘윤키의 열대 우림을 잉태 했는지도 모른다.
안개낀 엘윤키 열대우림.
◆ 엘윤키(El YunQue)란! 세계의 열대우림은 적도지역의 그린벨트 지역으로 지구표면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벨트 지역에 엘윤키 국립 열대우림이 있다. 엘윤키 열대우림은 푸에르토리코의 동쪽지역에 있으며 면적은 약 2만8천ha에 이른다. 열대우림답게 강수량이 년 간 약 5천mm정도 내리는 지역이다. 엘윤키 열대우림은 산 높이에 따라 매우 특이한 4가지 타입의 열대우림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은 타보누크 열대우림(Tabonuco Forest), 팜 열대우림(Palm Forest), 팔로콜로라도 열대우림(Palo Colorado Forest), 크라우드 열대우림(Cloud Forest)이 바로 그것이다. 타보누크 열대우림은 엘윤키 면적의 절반인 약 1만4천ha의 면적과 해발 150m에서 450m사이의 지역으로 크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팜 열대우림은 해발 450m위의 지역으로 시라팜(Sierra Palm)이라는 야자수가 자라고 있으며 특히 밖으로 드러낸 나무뿌리가 인상 깊다. 팔로콜로라도 열대우림은 해발 600m 위치에 있는 지역으로 대부분 나무는 오래된 나무이며 약 1천여 년 된 나무도 있다. 크라우드 열대우림은 해발 750m~1천여 m의 정상지역에 있은 곳으로 심한 바람과 낮은 온도, 높은 습도가 안개구름과 함께 있는 지역이다. 또 키가 작은 나무와 굽은 나무들이 주로 있는 지역이다. 산의 높이에 따라 나무 분포도가 다르며 열대우림으로서 상당히 높은 산과 강한 바람, 비, 안개와 구름이 일상화된 아주 특이한 지역이기도 하다.
산후안의 산크리스토발요새
◆ 엘윤키 여행의 거점도시는 산후안(San Juan). 산후안은 푸에르토리코의 수도로 자연과 도시의 조화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도시이다. 잘 개발된 현대적인 도시와 리조트, 카지노 등 아름다운 해변의 잘 어울려진 곳이 산후안이다. 이곳에는 올드 산후안(Old San Juan)이 있는데 16세기의 스페인의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유적이 해변가에 있다. 산후안은 카리브해안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엘모르요새와 산크리스토발요새가 있다. 엘모르요새는 200ha의 넓이에 해발 45m로 높이 솟은 이 요새는 1539년 착공해 1783년에 완성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미로와 같은 터널로 이뤄져 있으며 요새에서 바라보는 카리브해와 시내전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엘모르요새보다 조금 작은 산크리스토발요새는 1772년에 완공됐는데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섬을 따라 내려오는 소공원 안에는 콜롬버스 동상이 있고 벤치에는 성을 오르내리는 여행자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이곳 산후안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카리브해 연안의 열대우림인 엘윤키(El YunQue)가 있다.
엘윤키 열대우림 산책하는 길.
◆ 엘윤키 열대우림 오르는 길은 꼬불꼬불한 언덕길. 엘윤키 열대우림 공원의 입구에 도착하면 열대우림 센터(Rain Forest Center)가 있다. 밀림과 함께 조성된 친환경적인 건물로 엘윤키 열대우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다. 열대우림 센터를 지나면 꼬불꼬불한 언덕길이 나온다. 커다란 폭포가 나타나고 이름난 명소에 도착하면 차를 세우고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열대우림 계곡 속에 흐르는 계곡물과 폭포는 인기가 있어 꼭 가볼만 하다. 한 두 명이 비켜갈 정도의 좁은 열대우림 오솔길은 운치가 있고 특히 빗속에서의 열대우림 오솔길 산책은 그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리고 높은 언덕엔 열대우림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Yokahu Tower)가 있어 그곳에서 한없이 펼쳐지는 열대우림을 바라볼 수 있으며 선물가게도 전망대 안에 있다. 계속 산을 오르면서 열대우림을 조망할 수 있으며 높이에 따라 자라나는 나무들이 달라서 흥미롭기도 하다. 이 열대우림의 진정한 참맛은 빗속에서 바라봐야 그 맛을 알 것 같다.
◆ 비오는 열대우림 속에서. 10여m의 우뚝 솟은 야자수사이로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산 능선에 걸린 구름은 언제 걷힐지 모르고 열대우림은 해가 그리울 듯 하지만 하늘이 뚫린 듯 비는 펑펑 쏟아지고 있다. 빗물에 씻겨 드러난 야자수나무의 뿌리, 나신(裸身)이 부끄러운 듯 깊은 숲속에 숨어 있다.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은 저마다의 화음(和音)을 내며 아래동네로 흘러가고 있다. 빗속 열대우림에서 만난 이름 모를 방문객은 그래도 반갑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비를 맞으며 바라보는 폭포구경, 폭포수에 뛰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들것에 누워 실려 가는 어느 여인네의 절규. 웅성거림. 비가 오는 열대우림은 세상사의 모든 복잡한 사연들을 그렇게 씻어내고 있다.
엘윤키 열대우림을 걷는 여행자들.
◆ 아기 업은 가족과 브리튼타워(Birtton Tower) 오르며. 목표는 엘윤키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면 엘윤키의 열대우림을 내려다 볼 수가 있고 카리브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브리튼타워까지 올라야 한다. 가이드와 함께 입구에 도착하자, 안내판과 함께 산에 오르는 좁은 오솔길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혼자 산에 오르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현지 가이드는 여기까지가 자기 할 일이란다. 나는 도저히 혼자 오솔길을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비가 오는 오솔길을 혼자서 올라간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더욱 위험하기 때문. 되돌아가서 다른 코스로 도전하겠다고 하니 가이드가 차를 돌려 내려가려하는데 다른 차 한 대가 도착했다. 가이드가 가서 물어보니 산에 오르겠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들과 함께 오르기로 하고 가이드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니 젊은 남자와 2~3살 아기를 엄마가 안고 내리지 않던가! 마침 비가 그쳤지만 이곳이 열대우림인지라 언제 비가 또 내릴지 모른다. 아기가 괜찮겠느냐 물으니까 “No Problem”이라 대답한다. 나는 우비에 우산까지 2중으로 준비했는데, 저들은 소풍 온 것처럼 준비하고 그렇게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중턱에 있는 열대우림은 또 다른 경치를 선보인다. 열대우림 숲속은 ‘숲속의 굴’을 형성하고 있다. 부부는 “Very Nice”를 반복하며 산속 오솔길을 올라간다. 20~30분을 올랐을 때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담 아기가 비를 맞는데…. 아기 엄마는 도로 내려간다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우산을 빌려주겠다고 해도 빨리 내려간단다. 나 혼자 갈 수 없는 일, 산행을 포기하고 함께 내려가기 시작했다. 10여분 내려가니 2명의 우비 입은 부부가 산을 오르고 있다. 그래서 또다시 그들과 함께 산에 다시 오르기로 하고 내가 갖고 있던 우산을 아기를 위해 건네주니 한사코 받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산에 오르란다. 그 외국인은 자기 것이 아니므로 절대로 공짜로 갖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산에 올랐다. 그들은 브리튼타워까지만 간다고 했다. 그래도 얼마나 감지덕지인가! 함께할 일행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셋이서 이야기하며 비를 맞으며 열대우림을 조망할 수 있는 브리튼타워에 도착했다.
엘윤키 정상에 있는 안개속의 타워
◆ 정상 가까이에 있는 브리튼 타워(Birtton Tower)에서. 열대우림을 조망하는 방법은 열대우림 숲속을 거닐면서 바라보거나 높은 언덕배기에 있는 타워에서 위에서 열대우림 숲속을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엘윤키 열대우림 속에는 산중턱에 있는 요카후 타워(Yokahu Tower)와 정상 가까이에 있는 브리튼 타워(Birtton Tower)가 있다. 요카우 타워엔 차량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으나 브리튼타워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등산하듯이 올라야 갈 수가 있어 한적한 타워이다. 비를 맞으며 열대우림 오솔길을 따라서 브리튼타워에 도착했다. 깊은 숲속에 홀연히 나타나는 브리튼타워는 중세의 어느 고성같은 느낌이 들었다. 둥근 형태의 타워로 계단을 오르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창문이 있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안개가 덮인 열대우림은 신비롭기만 했다. 비가 그치고 안개가 걷힌다면 더 멋진 열대우림을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저 멀리 카리브해를 바라볼 수 있을텐데. 그래도 열대 우림답게 빗속에서 열대우림을 바라봐야 제 맛을 느낄 것만 같다.
◆ 비오는 열대우림, 엘윤키 정상에 오르는 길. 동행자는 아무도 없다. 비가 오는데 산 정상에 올라갈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 할 테고 타국에서 길 모르는 산행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무모한 일이 ‘위대한 탄생’을 예고할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기도 하다. 아무튼 브리튼타워(Britton Tower)의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함께 브리튼타워에 올랐던 미국인 부부는 하산하고. ‘Don’t hiking alone=혼자서 등산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마음에 거슬렸지만 정상에 대한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나를 정상으로 이끌고 있다. 짊어진 배낭에 덮어씌운 우비, 그리고 우산을 받고 이중장치를 하고 출발했다. 한 두 시간이면 정상에 도달하겠지. 다행히 정상으로 가는 길은 차량 한 대 다닐 정도의 도로 폭이 있다. 비를 맞으며 한참을 걸으니 또 다른 형태의 열대우림이 나타났다. 길가에는 수줍게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답다. 한참을 걸으니 숨이 막혀온다. 빗속에 서서 휴식을 취하며 생각한다. ‘또 혼자 걷는구나!’ 그러나 열대우림과 길가의 작은 폭포들 그리고 새소리 홀로 올라가는 이방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멀리 산속에서 송신소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 했을 때 다행히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열대우림과 문명이 이기인 송신소.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으리라. 송신소를 지나 뒷길로 오르니 안개 속에 정상에 있는 타워가 보인다. 이젠 더 오를 곳이 없구나. 모르던 곳을 찾았다는 기쁨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 비가 오는 엘윤키 정상에서. 아무도 없다. 타워만 서 있고. 반겨주는 것은 앞을 가리는 구름, 비 그리고 바람. 우여곡절 끝에 해발 914m 정상에 도착 했건만 문명이 이기인 송신소의 소음만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정상에 있는 타워에 오른다. 카리브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열대우림도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계속 불어대던 바람과 비는 우산을 꺾고 빨리 내려가라고 독촉한다. 사방천지가 온통 구름, 안개, 비, 열대우림, Rain Forest 답게 줄기차게 비는 내리고 나지막한 열대지역 나무들은 비를 맞으며 커가고 있다. 카리브해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엘윤키 정상. 흘러가는 구름은 이곳 정상에서 부딪쳐서 계속 비를 쏟아 붇고 있는 것이다. 정상 타워 밑에는 대피소처럼 지나가는 이방인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앵무새 소리 ‘호르르’ 그 뒤를 따르는 호루라기 소리. 문득 경찰인가 했는데 그와 비슷한 호루라기 새 소리다. 아마도 정상에 왔다고 반겨주는 모양이다. 계속 내리는 비바람에 새들도 멀리 날아간다. 나는 내가온 이 길이 정상적인 길인지도 잘 모른다. 다만 길이 있어 정상에 올라 왔을 뿐.
◆ 엘윤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개선장군 같다. 타워 안에서 바깥 열대우림을 바라본다. 비바람에 밀려 구름은 이리저리 흐르고 있고 엘윤키의 멋있는 열대우림은 보여주질 않는다. 카리브해도 봤으면 좋으련만, 아쉬움만 남는다. 타워 바닥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타워 벽면에는 많은 낙서가 있어 혼잡스럽다. 산 정상에 올랐으니 시장기를 느껴 의자에 앉아 간단한 요기를 했다. 비바람을 맞으며 세찬 비바람에 밀려서 하산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비는 멈추고 몇 명씩 산에 오르고 있다. 금방금방 날씨가 변하는 열대우림 지역이라 오르는 사람마다 엘윤키 정상에 대해서 물어본다. 산에 올랐을 때도 혼자였고 내려올 때도 혼자니 오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묻는다. “그래, 조금만 더 오르면 산 정상이 나타나고 이제는 비가 그쳤으니 멋있는 전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미개척지를 다녀온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산을 내려갔다.
엘모르요새에서 바라 본 올드 산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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