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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옥의 미식기행 - 평양온반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1년 08월 22일(월)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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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평양온반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물경 400mm씩 쏟아 붓던 장대비는 조금 잠잠해 졌지만 여기저기에서 비 내린다는 소식은 여전하다. 그 와중에도 이제야 무더위가 시작되려는지 하루 종일 푹푹 찐다. 약 2주간에 걸쳐 휴가를 보냈다. 여러 곳을 다니고 집안에서 뒹굴기도 하며 더위를 피해 다닌 것은 아니지만 휴가답게 보낸 시간이었다. 어느새 충전기 표시 빨간색 램프의 칸이 다 채워져 녹색으로 바뀌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2주 만인데도 오랜만인 것 같다. 거의 매주 다니며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한 결 편안해진 것도 사실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 길에서 음악을 듣기도,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초록의 우거진 숲은 날씨처럼 흐릿하다. 포장된 도로 위로 씽씽 차들은 달리지만 고속도로의 활력은 간데없고 회색빛이다. 하늘까지 꾸물대니 불편하다. 들떠있다 자리 잡지 못하는 마음처럼 보이는 것들도 쓸쓸하다. 휴가의 후유증이랄까? 아니면 그 여운이 남아 있어서 인지 계절이 여섯 번 바뀌는 동안 다녔던 길이 생경하다.
닭계장이나 닭곰탕은 흔했다.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니 좋아하는데 찾기 쉽지 않았다. 이전에는 제법 있었던 전문점이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평양온반’을 처음 들었다. 보통 평양냉면집에 있는 어복쟁반과 비슷한 것이리라 짐작만 했었는데 군산 법원 옆에 있다기에 찾았더니 따뜻한 국밥이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 올려서 내준다. 그 위에 달걀 지단이 흰색과 노란색으로 가지런하게 담아져 있다. 전을 들며 입맛을 돋우고, 밥이 말아져 있으니 저어서 한 술 뜬다. 닭으로 끓여 낸 것 들 중에서 단연 정갈하다. 김치나 마늘장아찌, 그리고 깍두기를 곁들여서는 깔끔한 국물까지 한 그릇을 싹 비웠다. 먹기 전에 후추를 툭툭 쳐서 넣었더니 그릇바닥에 젖은 가루만 남아있다.
기후 변화를 실감하는 여름이다. 비가 많이 내려 수심에 쌓이기도 하지만, 햇빛이 조금 뜨거워지면 호들갑을 떨어대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이상 기온이라며 무더위와 강추위가 자주 반복되는 느낌이다. 미리 준비하며 의연하게 지내야 할 터인데 쉽지 않다. 더구나 마음 속에 있는 날씨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들어있으며 그 변화 또한 무쌍하니, 어느 정도 충전이 되었다 해도 혼자 다니는 길은 허전하다. 익산에 들어오기 전에 ‘평양온반’에서 따뜻한 국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니 한결 든든하여져서 군산을 빠져 나온다.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책을 펼쳐 들었다. 저녁이 깊어간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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