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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첫 상영을 보겠노라고 극장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었는데 마동탁 같은 녀석과 엄지 같은 친구와 나까지 셋이서 아침부터 종로 3가에 있는 개봉관(지금이야 전국에 개봉관이 있지만…)에서 영화를 보고, 종각까지 이어지는 거리를 걸었다. 그 시절 약속은 대부분 동숭동 대학로나 종로, 신촌에서 이루어졌다. 요즘에는 책방이나 좋아하는 커피전문점에 들르느라 광화문에 종종 가게 되지만 다른 거리를 다닐 기회가 별로 없다.
모처럼 신촌에 한 번 다녀오자. 너무 늦으면 구경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니까 조금 일찍 만나는 것이 좋겠다. 신촌로터리에서 서강대교쪽으로 내려가다 좌측 언덕에 있는 ‘서서갈비’는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골목에 늘어선 줄에 서서 구워지는 갈비 냄새를 맡다 보면 어느새 차례가 돌아오겠지만, 늦게 입장하면 순식간에 먹어야 되는 부담이 생기는데도 그러려니 하기 때문에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드럼통 화덕의 불꽃이 잘 피어 오른 연탄불 위에 양념 소갈비를 양푼에 담아서 들고 다니며 주문하는 대로 몇 대씩 얹어준다. 적당히 소란스럽기도 하고, 연기 피하느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의자 없이 서서 먹는 분위기까지 독특한 광경이다. 양념 소갈비 맛이 좋다. 좁은 원형 테이블에 병 세워놓을 자리가 비좁다. 자! 길 건너편 서강대쪽으로 넘어가자. bread & co 가 있는 골목 2층에 자리한 ‘사카에’는 자분자분한 분위기의 이자카야다. 한국말 잘하는 일본인들이 운영한다. 타코와사비 그리고 가지, 두부, 쇠고기나 생선 등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를 놓고 시끌벅적했던 ‘서서갈비’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몽과 일본쇼추가 잘 어울린다. 돈코츠라멘+비루는 다음 점심으로 미뤄야겠다. 좋은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울 텐데 일단 일어서자. 홍익문고 지나 연대앞으로 가다 보면 초등학교 근처의 복잡한 골목 어느 곳에 ‘다모토리’가 나타난다. 신청곡이 흘러 나온다. 한쪽 벽으로 LP판이 가득하다. 푸짐한 마른안주 놓고 알만한 노래들을 따라 부르는데 20대부터 드문드문 보이는 30대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하나가 된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제일 큰형이 될 게다. ‘다모토리’에는 복잡하게 붐빌 때가 가장 좋은 시간이다. 테이블 가득 병이 들어 차는 만큼 기분도 상승되고,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유쾌한 추억이 생각나기도, 만들어지기도 하는 곳이다.
이 비 그치면 얼마나 더워질까? 뜨거웠던 청춘에는 세상이 이렇게 무덥지 않았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아스팔트가 끓고 있어도 그 거리를 걸었다. 무엇이든지 견딜만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청춘들이 가득한 신동 대학로에 나가 길을 걸어야지. 시간과 공간이 변했다고 얼마나 다르겠는가? 나는 익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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