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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장맛비가 내리다 말다 하길 반복하고 있다. 슬픈 마음 가득 할 때는 울적하게 들리고, 즐거운 일이 넘칠 때는 그 소리가 경쾌하지만, 천둥 번개와 함께 빗소리가 굵어지면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한다. 며칠째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프라이팬 위에 자작거리며 부침개 만들어지는 고소한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는가? 매끈하고 기름진 김치전이든지 호박전이든지 부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어울리면 분간하기 힘들 정도 인데다가, 바삭한 맛으로 꿉꿉한 분위기 마저 날려버리니 비 내리는 날의 베스트셀러라 하겠다. 한 여름에 떠난 휴가지의 민박집에서 비를 만난 적이 있는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미리 사두었던 삽결살을 구울 때 들리는 타닥타닥 기름 튀는 소리와, 처마 따라 마당으로 떨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툇마루 자락에 걸터앉아 한 점씩 먹던 그 맛은 소리까지 저장한 추억의 사진이다. 갑자기 그 시절 친구들이 떠오른다. 잘 지내고 있겠지!
엊그제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 두 친구와 점심을 같이 했었다. 숭덩숭덩 썰어진 돼지고기 너끈하게 넣어진 채로 연탄불 위에서 김치찌개 끓고 있는 소리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다며 입 맛을 돋우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이 좋아야 맛이 난다며 자리의 흥을 내니 즐거운 식사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다가포가든’에서 김치찌개 먹던 날이다. ‘수정식당’에서는 묵은지와 통삽겹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으니 적당히 익었을 때 보기 좋게 잘라서 조금 더 끓이면 되는데, 그 맛이며 분위기가 흡사 서대문의 원조 김치찜과 비슷하다. 다만, 콩나물이 들어있고 국물이 잡히니 그 시원한 맛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도심불고기’의 독특한 팬에 끓이는 김치찌개에는 진안 토종 흑돼지가 들어간단다. 마이산 자락에서 볼 수 있던 고기 맛을 김치찌개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따봉식당’에서 양푼에 넉넉하게 담아내는 김치찌개에는 두부까지 너끈하게 들어있고, 국물도 충분하니 편안하게 한 그릇 뚝딱 비운다. 집집마다 들어가는 것은 다르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찌개다. 찬들은 정갈하고 어느 집이나 계란말이가 있다.
혼자 지내며 김치찌개를 끓여 보았다. 돼지고기를 참기름 조금과 살살 볶다가, 김치를 잠깐 둘러서는 적당히 물을 잡아 끓이면 되겠다. 그러나, 일러주지도 않았던 마늘을 추가로 한 숟가락 더하였더니 그 맛 참 강해졌다. 아내가 일러준다. 김치에 충분히 양념이 되어있으니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 하다고…
비! 참 잘 내린다. 잘 익은 묵은지로 칼칼하게 끓여내는 김치찌개 먹으러 집에 가야겠다. 올라가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차창으로 부딪치는 빗소리 들으며 내 마음이 어떤지도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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