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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잘난 척도 하고, 적당히 겸손도 떨며, 풍덩한 체격에 이리저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다. 회사 다니고, 친구 만나서 한 잔 걸치기도 하고, 병원에서 종합검진 결과라도 들을라치면 듣기도 전에 맥박수가 올라가는 소심증도 있고, 가끔 호기도 부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웃이다. 다만, 가끔 혼자 열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을 보면, 성질머리가 보통은 아닌 듯 한데 악의 없어 보이니 봐줄만하다. 그의 착한 아내는 잘도 받아준다.
그는 얼마 전 아내와 삼청동에 갔었다. 경복궁을 지나 펼쳐지는 삼청동 길은 점점 세련되게 변해간다. 식당이며 점포들이 가득 들어차고 넘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꽤 오랫동안 유명세를 떨치며 그 자리에 ‘삼청동수제비집’이 있다. 주말에는 문 앞에 늘어선 줄이 장사진을 이루며, 평일 때를 지나서도 여전히 붐빈다. 감자전 하나와 수제비를 주문하고서는 계속 들어서는 손님들 보며 장사 잘 된다고 연신 감탄이었다. 주방에서는 멸치와 바지락으로 만든 육수에 호박과 감자까지 함께 끓고 있는 냄비 안으로 얇게 뜬 수제비를 던지듯 집어 넣는다. 항아리에 담겨 내오는 수제비를 기다리며 두 가지 김치(배추, 열무)를 접시에 덜어놓는다. 감자전을 간장에 살짝 찍어 오물오물 먹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수제비를 덜어내며 비가 내려야 제 맛이라는 아내와 함께 담백한 수제비를 먹었다.
3일과 9일은 북부시장 장 날이다. 장서는 날이 그렇듯이 북적이며 복닥대지만 평화로운 그 풍경 구경을 갔더랬다.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건너편 ‘옛날손수제비’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와우~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는데 차례가 돌아오려면 한참 있어야겠다. 겨우 한 쪽에 자리 잡았는데 수제비 나오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다. 그 친구는 잘도 기다린다. 흘끔흘끔 옆 사람들 훔쳐보며 오히려 즐거워한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수제비가 나왔다. 겉절이도 맛있다. 옆 테이블을 보니 공기밥을 주문한다. 따라서 주문한다. 맛이 편안하다. 그는 생각한다. 아내가 ‘옛날손수제비’도 좋아하겠군.
음식은 재료도 손 맛도 중요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라도 혼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수저 가지런히 앞에 놓아주는 따뜻한 손길과, 먼저 들라며 덜어내 주는 다정한 마음이 있어야 제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는 삼청동에서 수제비 함께 먹던 그녀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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