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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남대문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아저씨가 운영하는 점포에서 일을 도우면 용돈을 넉넉하게 주신다기에 여름방학 중 1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시장 상인들과 지내며, ‘부원면옥’은 그때 종종 이용했었다. 평양냉면의 깊은 맛보다는 시원한 국물에 끌렸었고, 두툼한 녹두전의 고소함이 좋았었다. 장인어른이 친구분들과 모임을 갖고 가족들이 함께 가기도 하는 을지로 ‘우래옥’에서는 불고기를 먹다가 물냉면을 들 때 느껴지는 시원한 국물의 맑고 담백함이 좋다. 육수의 깊은 맛을 알기에는 조금 이른 아이들은 여전히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서소문로에 위치한 서소문교회를 섬기며 그 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처가의 피로연을 지척에 있는 ’강서면옥’에 차렸었다. 주일이면 만만하게 가족들이 모여서 만두국, 콩비지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언제고 손쉽게 다닐 수 있는 냉면집이 가까이 있으니 좋다. 의정부에서 사업을 하며 큰형님처럼 잘 챙겨주시는 K사장은, 논현동 ‘남포면옥’에서 만나 등심과 소주를 놓고 소식을 나누다가 마무리로 정감 가는 그릇에 담아내는 깔끔한 물냉면을 즐기는 입맛이 다르지 않아 좋다. 역삼동에 근무하며 때도 없이 들른 곳은 논현동 ‘평양면옥’이다. 점심으로도, 해장을 하기도, 어복쟁반에 반주를 곁들여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같은 뿌리라 해도 편육이며 만두 맛이 조금씩 다르다. ‘의정부평양면옥’에서 출발한 ‘을지면옥’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고, 유부장과 틈틈이 다니던 ‘필동면옥’까지 평양냉면으로 일가를 이루고 딸들이 나누어 운영한다는데, 조금씩 다른 맛을 느끼는 것도 즐겁다. 내가 아는 한 평양냉면의 최고수인 茶因이 아빠와 중독성 강한 구의동 ‘서북면옥’에서 육수를 추가하며 편육을 곁들인 저녁식사가 가장 즐겁다. 지금도 냉면국물 맛이 머리 속에 감돈다. 평양냉면은 면발이 찰진 듯 부드러워 잘 끊어지고 식감이 편안하며, 국물은 꿩으로 육수를 내었다지만 요즘은 닭이나 한우로 만들어서 동치미 국물과 배합한다. 맵거나 짜지 않아 도무지 딱 떨어지는 표현을 찾기 어렵다.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입맛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겠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놀라운 맛으로 돼지편육, 무김치, 배, 그리고 삶은 계란 등을 얹어서 육수를 부어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즐길 수 있다. 을지로 ‘평래옥’, 공덕동 ‘을밀대’나 ‘봉피양’등 유명세를 탄 냉면집들과 오류동 등지의 숨은 강자들이 즐비한데 미처 다니지 못하니 아쉽다. 대전의 ‘숯골원냉면’이 조금만 더 가깝다면 자주 이용 할 텐데 만만치 않다. 익산은 평양냉면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영등동 ‘뽀빠이냉면’에서 아쉬움을 달랜다. 내일은 담백하고 변함없는 친구 찾아 시원하고 맛 좋은 냉면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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