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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여름에 이야기를 하려니 뜬금 없지만 졸업식이라면 자장면집이 떠오르지 않는가?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졸업식까지 자장면과 요리 한 두 가지를 먹고 친구들과 어울렸으며, 고등학교 때는 알아서 몰려다니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대학까지 4번의 졸업식을 오장동에서 보냈다. 다들 그러는 줄 알았었다. 함경도가 고향인 부모님과 다니던 냉면집이 익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냉면에 사리를 얹으면 먹다가 면발이 분다며 한 그릇을 해치우는 동안 다시 한 그릇을 주문 해 주셨었다. 함경도에서는 나는 감자녹말을 이용하여 탱탱하고 질깃한 국수를 만들고, 매운 양념에 회를 얹어 먹었으며, 잔치에는 녹말국수를 따뜻한 육수로 말아서 부들부들한 맛을 이웃들과 나누셨단다. 그렇게 회국시가 6.25전쟁을 기점으로 함흥냉면이라 이름 지어지고 마치 서울의 오장동이 고향인 것처럼 오장동함흥냉면이 되었단다. 회냉면은 고명으로 이북에서 가자미 회를 양념하였으나 이제는 홍어나 간재미가 대신하며, 비빔냉면에는 편육이 올라간다. 세끼미는 회무침과 편육을 함께 올려 놓은 것으로 섞였다는 방언이다. 퇴계로와 을지로 사이에 자리한 오장동에 나란히 서있는 세 집중 ‘흥남집’은 붉은 벽돌 외벽과 할머니 얼굴의 심볼이 있다. 면은 그 중 가장 짙으면서 맑은 빛으로 가장 즐기는 식감이다. 탱글 거리지만 고무줄 같지는 않다. 맵지 않은 붉은 양념과 다대기는 간장소스에 올려진 면을 맛있게 만든다. 늘 다니는 곳이 ‘흥남집’이니 그 맛에 길들여져 있다. ‘오장동함흥냉면’은 새로 지은 건물이 조명까지 현대적인 분위기이다. 면발이 희고 가늘고 탄력이 강해서 면을 주욱 늘어트리며 잘라 먹는 재미까지 더한다. 육수는 진하지 않은 국물로 사이사이 들이키기 적당하다. 함흥냉면이라 이름 건 곳들의 전형이라 하겠다. ‘신창면옥’은 해장으로 육수를 한 주전자씩 들이키던 김선배 덕분에 자주 들렸었다. 미처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 형은 전날의 숙취를 ‘신창면옥’에서 풀곤 했다. 땀을 흘리며 후후 불어서 들이키는 육수에 한동안 익숙해있었다. 면발의 색감은 ‘흥남집’과 질감은 ‘오장동함흥냉면’과 비슷하다고 할까? 종로 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는 ‘함흥곰보냉면’까지 오랜 세월 들렸던 곳들이다. 익산에서는 신동의 ‘원본함흥냉면’에 다닌다. 후식으로 빼먹지 않는 ‘흥남집’ 건너편 중부시장 입구 포장마차의 설탕에 굴린 꽈배기. 한 입 베어 물면서 손가락에 느껴지는 자작한 설탕 질감을 상상하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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