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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랑'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가을의 끝자락 어느 날, 속초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장인어른이 원주 사는 외동딸 집에 들리셨다. 다음날 속초로 향했다. 홍천을 지날 때부터 거물거물 하더니 인제에 들어설 무렵 가을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지나며 미시령 언덕에 들어서는데 어느새 그 비가 눈이 되었다. 아뿔싸.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늘어선 차들이 꼬리를 물고 멈춰서 버렸다. 쇠사슬로 만든 체인을 꽤 비싼 가격에 장착하고서야 눈 길의 미시령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 해 떨어진 저녁에 도착한 속초항 부둣가 한쪽의 88생선구이집은 비좁은데도 북적거렸다. 작은 어선들을 마주하고 앉아 화로의 석쇠에 올리는 생선은 참 가지가지기도 하거니와 신선하다. 친구분 댁에 모셔드리고 강릉으로 넘어오는 길에 원 없이 눈 구경했던 기억까지 새롭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친구가 있다. 모처럼 전화를 한다. 손님이 있다니 어찌할까 망설이는데 사무실로 오란다. 평범한 하루의 오전을 보내고 길을 나섰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참 회의 중이다. 한 켠에서 그러려니 하면서 듣고 있었다. 커피 향이 좋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무렵에 점심 이야기를 꺼낸다. ‘흙이랑’에 가잔다. 생선구이 먹자는 친구는 새삼 물오른 나뭇잎을 보며 감탄이다. 오늘이 토요일 같단다. 아마도 마음이 가벼운가 보다. 꽁치, 갈치, 삼치, 고등어와 굴비인지 부새인지가 구워져 있다. 생선구이는 온 집안에 냄새를 배이며 굽거나 튀기는 것보다, 잘하는 식당에서 차려주는 것이 좋다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같은 생선이라도 노릇노릇 구워진 껍질과, 가시에 붙은 채로 뜯는 갈비와, 고추냉이 장이 있으면 더욱 맛이 나는 등심으로 나누면 먹는 맛이 한결 더하다. 아이들 밥숟가락 위에 잘 발라낸 생선 한 점을 올려주고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찬들이 단출하다. 고추를 달라는데 지난번 것은 없다며 친절한 주인이 내주는 고추에서 오이 맛이 난다. 동행이 좋아한다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함께 점심을 나눈 된장, 고추장, 청국장, 참기름 등의 전통식품을 취급하는 영농조합법인의 최 전무에게 건조청국장 가루를 선물 받았다. 깔끔한 점심과 언제라도 좋은 친구네 커피와 선물까지 생겼으니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것이 이런 건가 보다. 이제는 터널이 생겨 미시령 넘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으니 장인어른 모시고 속초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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