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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상덕카레& 할머니솜씨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속초에서의 일이다. 친구들과 캠핑을 갔는데 비가 내린다. 텐트를 접고 속초항 입구의 어느 민박엘 들었다. 말짱하게 개인 아침에 김치찌개도 몇 차례 해먹은 터라 카레라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끓는 물에 카레가루와 재료들을 넣는다느니,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만든다느니 옥신각신하다가 정작 밥 때를 지나치고 있었다. 마침 이웃에 들었던 분이 몇 가지 재료를 먼저 넣고 볶다가 물을 넣어 끓게 되면 카레를 넣어 잘 저어준다는 설명에 그제서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친구들과 다니던 학교앞 분식집의 에펠탑처럼 생긴 빙수 기계는 돌리는 대로 얼음을 가루로 만들어냈다. 팥을 올리고 색색의 물감까지 뿌려서 완성된 빙수는 흡사 하나의 작품이었다.
바다보다 산이 좋다고,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걷는 것보다 차분하게 있는 것을 즐긴다니 나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 친구와 도청과 객사 근처의 일을 마치고 점심은 ‘상덕카레’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객사뒤편 핫도그가 맛있었다며 망설이길래 팔뚝만한 소시지가 들어간 두 가지 맛 핫도그를 사 들고 전주 한옥마을로 들어섰다. 경기전 뒤편에 있는 아담한 식당은 아기자기하며 수다스럽지 않고 차분하다. 들여다보든 내다보든 창이 큰집이 좋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똑 같은 그릇에 같은 크기로 담겨있는 깍두기와 단무지. 카레의 부드러운 맛은 밝은 색이고 매운맛은 짙은 노란색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야채만을 베이스로 한 카레를 원하는 맛으로 밥 위에 담는다. 중국의 공갈빵 같기도 인도의 난 같기도 한 상덕빵을 한 켠에 올린다. 차를 담을 것 같은 잔에 물을 마신다. 상덕빵을 카레에 찍어 먹기 시작한다. 밥과 카레를 잘 섞어서 한입 가져간다. 친구 앞의 부드러운 맛을 먹어보니 매운맛의 매콤함을 알게 된다. 새콤한 수제 요거트가 입맛을 상큼하게 만드니 기분 좋다.
지난 겨울 어느 날 눈 내리는 조용한 저녁이었다. 성심여고에서 더 가까운 ‘할머니솜씨’는 은은하고 담백한 전통음식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카페라며 단팥라떼, 식혜, 쌍화탕 등을 솜씨 있게 만들어 낸다. 오늘은 팥빙수를 청할 만큼 볕이 따뜻하다. 팥죽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투박한 그릇의 얼음산 위에 팥과 떡 그리고 연유를 조금 부어놓았다. 깔끔하다. 따뜻한 쌍화탕을 숟가락으로 떠먹다가 홀짝홀짝 마시다가 한다. 조금 졸린 듯 편안한 기분이 좋다.
가리거나 숨길만한 비밀이 줄어드는지 이제는 속내를 털어놓을 일이 많지 않다. 그저 밥 먹자며 전화 해 주는 친구면 족하다. 악수하고 헤어진다. 마음으로 친구 어깨 한 번 툭 치며 이야기한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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