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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맛보게 된 음식은 기억에 오래도록 저장된다. 맛있다면 더욱 그렇다. 인천 연안부두의 한 식당에서 빨갛게 무쳐서 산처럼 쌓아 올려진 밴뎅이무침을 안주 삼다가, 큰 대접에 무침 가득 비벼서 맛을 처음 본 것이 이십여년 전이다. 그리고 틈틈이 들렸던 것도 꽤 오래 되었다.
익산에 온 이후로 군산 갈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새만금방조제로 변산 가는 길의 비응도, 오래된 도시의 흔적이 구석구석에 살아있는 군산항과 공원 인근을 다니기도 했다. 꽤 이름이 알려진 횟집과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맛보기도 하였다.
군산으로 향한다. 길가의 나무는 전혀 물오른 내색을 보이지 않으니 봄 맞을 채비를 하고는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탁주 한잔이 들어간 걸쭉한 목소리가 들릴법한 선창가 어느 골목에 들어섰다. ‘해성식당’이 나타났다. 주차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에 문 앞을 가로막듯이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는, 물잔을 가져오기도 전에 반지회덮밥을 주문하고 주인에게 묻는다. 반지가 밴뎅이 맞습니까? 그렇단다.
길쭉하게 썰어낸 반지회를 초장에 찍는다. 부침개를 간장에 살짝 찍는다. 양념 잘된 꼬막이 있다. 이보다 훌륭한 에피타이저가 따로 있겠는가? 먹갈치 구이와 조린 것, 젓갈 그리고 반지회무침으로 일단락. 이제 슬슬 반지회덮밥을 비벼보자. 기름진 듯 담백한 반지를 상치와 오이등 녹색 야채 위에 올려놓고, 새콤하고 빨간 초장으로 색을 맞추고, 깨를 뿌려 내놓는다. 밥 한 공기를 조금도 덜어내지 않고 비벼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된장국에 손이 갈 때쯤 후배의 한마디. 형! 와우~ 하하하!!! 길쭉한 파김치를 이리저리 둘러 입에 넣는 나도 끄떡끄떡. 음… 책상에 앉아있는 지금도 입에 새큰한 침이 고인다.
군산항의 ‘해성식당’있는 골목길에서 인천 연안부두의 오래 전 모습이 오버랩 된다. 하지만 그 선창가로 가는 길은 다르다. 어제까지도 무뚝뚝하게 서있던 그 나무들이 어느새 흐드러지게 꽃 피울 준비를 끝내고 내가 지나기만 기다릴 것이다. 활짝 만개하여 바람결에 간드러지게 굴다가 꽃비가 되어 길을 적실 때까지 한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겠지만, 그 길을 다니며 벚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테다. 눈감으니 햇살아래 흔들리는 벚꽃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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