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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초' 정운초 감사관을 말하다
감사원 23년 잔뼈 굵은 '작은 거인'…율곡비리 등 칼 감사 명성
조영곤 기자 / 입력 : 2011년 03월 31일(목)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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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정·운·초’

참 특이한 이름이다. 요즘 익산시청 안팎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유명인사가 아니었다손 치더라도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름석자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그의 사무실인 익산시청 3층 감사담당관실로 들어섰다. 앉자마자 이름에 얽힌 사연부터 물었다. 한자론 ‘鄭運初’다. 가운데 자는 항렬이고 ‘초’자는 맏아들이라서 아버지께서 ‘처음 초’로 지어주셨단다.

 

궁금했던 이름 풀이로 말문을 트자 서먹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서슬 퍼런 감사원에서 23년이나 잔뼈가 굵은 감사관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다정다감했다.

 

얼마 전 익산시청 58년 개띠 모임에 참석했다는 그는 자신이 ‘동안’이라 엄청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농담까지 던진다. 이 대목에선 ‘감사원 출신 감사담당관’이란 선입견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그는 더 이상 이상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 아니었다.

 

작은 체구 구수한 사투리 ‘이웃집 아저씨’

정운초 익산시 개방형 감사담당관의 첫 인상은 크게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체구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그대로 남은 그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그가 갖추고 있는 실력은 남다르다. 군 제대 후 부산에 있는 개인회사에 다니던 그는 뜻 한바 있어 국세청 세무직 시험에 도전한다. 아깝게 최종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7급 감사원 감사직으로 방향을 급선회한다. 그 해 15명밖에 뽑지 않는 바늘구멍 속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차석으로 감사원에 첫 발을 내딛는다. 1989년, 그의 나이 서른두 살 때다.

첫 발령부서는 감사원 ‘1부 2과.’ 실력파만 갈 수 있는 감사원의 꽃이다. 감사원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근무하고 싶어 하는 부서를 신입사원이 당당히 입성한 것. 여기서 그는 재무부, 한국은행 주택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 15개 금융기관을 담당했다.

3년 후 5국(특별조사국)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율곡비리’를 만난다. 전 현직 국방부장관과 별 4개 장군들이 줄줄이 구속된 대형사건.

 

당시 그는 하루에 두 세 차례 방송에 나올 정도로 핵심에 서 있었다. 휴일도 반납한 채 장장 10개월 동안 밤낮없이 근무했지만 그 때가 감사원 시절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뿌듯했다. 그가 감사원의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이유다.

 

성품또한 강직한 지방행정분야 전문가

금융·투자·민원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그는 감사원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지방행정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가진 영향력과 존재감이 대단하다.

 

전문성에서 우러나오는 업무능력은 그의 최대 강점. 성품 또한 강직하고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한다. 그가 낯 설은 익산 땅에 둥지를 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연고지로 가면 제대로 된 직무 감찰이 힘들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생각보다 타향살이가 여의치만은 않다. 신체리듬과 업무환경이 갑자기 달라져 ‘생채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는 6~7월 정도를 완전 적응기로 보고 있다. 1월 31일에 취임했으니 5~6개월을 워밍업 기간으로 잡은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숙소인 송학동 리젠시빌 아파트에서 아침 7시 30분이면 출근한다.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도내 일간지부터 챙긴다.

 

10여개 넘는 신문을 샅샅이 본 후 업무 파악에 도움이 되는 기사는 수첩에 스크랩한다. 아침마다 느끼는 점은 유독 익산이 좋지 않은 기사가 많이 실린다는 것. 격려성 기사가 별로 없어 직원들이 의기소침 되는 게 아닌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일일이 그날 할 일을 체크한다. 그 역시 주요 업무사항은 노트에 메모한다. 그의 달력과 노트엔 살펴야 할 업무와 스케줄이 시커멓게 채워져 있다. 영락없는 아니 어쩔 수 없는 감사담당관이었다.

 

갈등과 질시, 반목 표출 아쉬워

그는 익산을 포근하고 정이 가득한 도시라고 말한다. 몇 몇 직원들 때문에 ‘청렴도’가 낮게 평가됐지, 결코 다른 지자체보다 뒤질 게 없다고 자신한다. 1천400명 정도 되면 어느 조직이든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 한 두 명이 있기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 간 보이지 않는 반목과 질시 표출은 아쉽기만 하다. 한 다리 건너면 형님, 누님이고 동생인데 서로 어깨동무하고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는다.

그는 “익산은 인구수로 보면 호남의 빅3 도시다. 우리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며 “칭찬과 격려 속에 서로를 아끼고 보듬고 가는 직장 문화 정착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청렴도· 개인비리문제 공부하면 저절로 해결

그는 최근 ‘부동산공법연구회’를 만들었다.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모임을 갖고 건축법 등 공법 관련 공부를 할 요량이다. 익산시 공무원 130여명이 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는 에스코사업, 유스호스텔 건립 등 크고 작은 사건의 발단은 법률적 검토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때문에 그는 익산시 감사담당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 전 공무원들의 ‘법적 사고 능력 배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다. 미리 미리 연찬하고 연구를 해야만 계장, 과장이 됐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청렴도·개인비리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개인비리는 기본 소양의 문제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돈 받지 마라, 부정 저지르지 말라고 어떻게 일일이 교육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법적 사고 능력을 키우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고 잘라 말한다.

 

 

 

정운초는 누구? 

프로야구 롯데 열성 팬…주말이면 전국 일주

1958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다. 초중고는 마산에서 다녔다. 야구명문 마산상고가 모교다. 당시 마산상고가 군산상고에 매번 져 전라북도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아있다.

이때부터 야구광이 됐다. 4월초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롯데’를 따라 전국을 일주 할 생각이다. 벌써 그의 수첩엔 롯데의 1년 치 일정으로 꽉 잡혀 있다. 늦둥이 원석 군(초 4년)은 든든한 말동무이자 보디가드다.

부인 박종희 씨와 큰 딸 유진 양(21)과 둘째 딸 성아 양(고1)은 얼마 전 익산에 내려와 보석박물관과 미륵사지 등을 구경하고 온 가족이 ‘더 굿’ 공연을 봤다. 맛있는 전라도 음식도 사주면서 ‘무언의 양해’를 구한 상태다.

별명은 이름 자에 ‘초’가 들어가다 보니 ‘꽁초’, ‘땡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감사원 선배들은 ‘운초 선생’이라고 불렀다. /권찬 기자

조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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