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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에서 다니던 산과 들에는 황토 흙이 무너져 내린 기슭에 굵은 칡이 맨 살을 드러내기도 하고, 개울가에는 올챙이, 피라미, 미꾸라지가 헤엄치기도 하였다. 동산을 뒤로하고 있던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다)에서 빨간 눈의 토끼를 키우고 있었는데, 풀을 뜯어다 주느라 다니던 야산자락과 풀밭 사이에 도라지가 우아하고 고운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망아지처럼 들판과 산자락에 다닐 때 옻 오른다며 조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맘때를 조금 지나선가 보다. 여느 식당에 몇 사람이 모였는데 누군가 봉지에서 새순을 꺼낸다. 구하기 어려운 것을 가져왔노라며 주문해 놓은 음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새순을 날 것으로 먹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던 옻나무의 새순이었다.
누군가의 고향이었을 자리에 아직도 오래 전 모습으로 ‘고향가든’이 있다. 벌써 몇 차례 다녔다. 자이아파트 뒤편에 자리하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알만한 사람만 알거니와, 그리 손님이 많지 않아 북적이지 않으니 찾는 이에게는 부산스럽지 않아 좋다. 미리 전화를 하면 도착할 때쯤 잘 끓고 있는 백숙을 만날 수 있다. 그저 말갛게 끓여낸 것이 아니라 나무뿌리와 풀 뿌리에 둘려 쌓여 부글부글 거리는 전골 냄비 안의 국물이 한약재를 다려낸 것처럼 진하게 우려져 있다.
먼저, 알약 2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옻 오를까 염려하여 미리 먹어둔다. 그리고, 국물을 떠 먹는다. 한번으로 부족하다. 시원하다며 몇 차례 국물을 떠먹다가 국물이 잘 배인 닭고기를 먹는다. 김치, 고추, 마늘이며 장아찌까지 인스턴트 식품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고향가든’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식탁이다. 옻닭 백숙의 마무리는 닭죽이다.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공포스럽거나 무시무시한 것은 영화조차 즐기지 않다 보니 며칠째 날아드는 이웃나라의 불행한 소식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몸이 허하면 이렇게 진한 국물의 백숙으로 보양이 될 것 같은데, 물난리로 황폐해진 이웃나라의 슬픔은 무엇으로 위로 할 수 있을지…
이제 옻순 나올 때가 되었나 보다. 바람의 찬 기운이 사라졌다. 봄이다. 세상사람들 누구에게든 봄이 따뜻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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