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학전형계획이 확정되는 7월, 올해의 경우 유달리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탈규제 사립 고등학교, 즉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과 탈락 문제로 교육계 안팎이 시끄럽고 해당 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진 양상이다.

전국적 명성을 얻어온 전주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탈락 결정에 해당 학교 및 학부모 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이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151명의 국회의원까지 탈락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 요구서’ 동의 절차를 밟은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전주을)은 “올해 자사고 평가를 하는 시·도교육청 11곳 가운데 10곳은 교육부의 권고대로 폐지 기준점을 70점으로 설정했지만, 유독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설정했다”며 “결국 70점대를 맞은 전국의 다른 자사고들은 지위를 유지하고 79.61점을 얻은 상산고는 탈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과 법령위반으로 인한 부당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서울지역에서도 자사고 8곳이 재지정에서 탈락한 후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과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문이 이달 2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교 스스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학생과 교사의 선발·교육비 책정 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사고가 도입된 지 18년만에 최대 변곡점 맞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자사고 폐지 정책까지 가세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익산지역 사립 명문고로 지난 2010년 6월 자사고로 지정된 남성고도 9년여만에 결국 자립고 깃발을 내리기로 해 격랑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3만여명의 졸업생, 걸출한 인재를 다수 배출한 남성고 재단인 남성학원 손태희 이사장은 자사고 유지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으나 구성원 및 학부모·학교운영위에 이어 총동창회까지 가세해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자 이달 18일 이사회를 열어 2020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최종결정한 것이다.

남성고의 일반고 전환 결정 배경은 자사고 폐지 기준점 상향보다 신입생 모집난이 결정적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상산고와 달리 남성고는 도내 학생들만을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2018학년도에 70명, 2019학년도에 110명 미달된데 이어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희망조사에서도 170명이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구성원과 학부모·동창회에게 일반고 전환 불가피라는 공감대를 형성케 한 게 분명하다.

자사고를 유지하는 한 교육당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못받는 상황에서 신입생까지 미달되면 학급수를 절반수준으로 감축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업료 대폭인상이 불을 보듯 뻔한데다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기저하까지 초래할 우려에 따라 남성고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택한 셈이다.

과거 평준화 시절에도 탁월한 교육력을 발휘해온 남성고가 자사고에서 일반화로 전환되더라도 변함없이 명문사학으로서 위상을 지켜나가 줄 것을 바라는 익산시민들의 기대에 실망감을 주지 않도록 학교재단 관계자와 교사·동창회 등이 더욱 매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