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창 정정렬 추모 ‘제12회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오는 22~23일 이틀간 솜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문태현 전 원장의 뒤를 이어 5회부터 이 대회를 열고 있는 임화영 익산국악원장(55)은 기쁨과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해마다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 뿌듯하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대회 입상자들이 명창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회는 국악 꿈나무들의 등용문도 되고 있어 매년 행사를 치르는 것이 자랑스럽다.

익산의 소리꾼으로서 소리의 고장 익산의 판소리를 대내외에 알리는 막중한 책임감은 항상 임 원장을 긴장시킨다.

지난해보다 한층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대회를 치르겠다는 굳은 신념 때문.

아침부터 밤늦도록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임 원장을 지난 5일 밤 10시 익산국악원에서 만났다.

- 해마다 익산 전국 판소리 대회가 발전하고 있는데 소감 한 말씀.

= 5회부터 문태현 전 원장님의 뒤를 이어 대회를 치르고 있는데 점차 대회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실력 있는 국악인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익산의 소리꾼으로서 뿌듯합니다. 게다가 전국의 국악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큰 자랑입니다.

- 이번 대회의 주제는.

= 이 대회의 주제는 항상 축제입니다. 단순히 경연대회라는 차원을 넘어 국악인들의 축제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국창 정정렬 선생 추모공연으로 거문고 산조, 기악합주와 남도민요, 가야금 병창을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죠.
대회를 마친 후 전체 참가자와 함께 만찬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경쟁자가 아닌 같은 국악인으로서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하나 더 보탠다면 익산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의미도 있죠.

- 수준 높은 대회로 알려져 있는데 방식과 시상은.

= 22일은 예선, 23일은 본선이 치러집니다. 종목은 판소리 초·중·고등부, 신인부, 일반부 등 5개 부문입니다. 참가신청은 21일 오후 5시까지 (사)익산국악진흥원(☎063-855-3791)으로 접수하시면 됩니다.
대회 방식은 판소리 5마당 중 하나를 택해 각 부문 당 5~15분 내외로 하면 됩니다.
시상도 푸짐합니다. 영예의 일반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300만 원 등 총상금 1천230만 원을 수여합니다.

- 대회 명 앞에 국창 정정렬 선생 추모를 붙였는데 어떤 인물인지.

= 정정렬 선생님은 익산이 낳은 최고의 소리꾼이십니다. 근세 오명창 중 한 분으로 19세기 말 오랜 수련을 통해 국창의 반열에 오르셨죠.
일곱 살에 명창 정창업 선생 밑에서 판소리를 배우셨고, 열네 살에는 명창 이날치 선생에게 사사했습니다.
훗날 40세 무렵까지 미륵산 심곡사, 부여 무량사, 공주 갑사 등지를 돌아다니며 홀로 연마해 득음을 하셨습니다.
특히 정정렬 선생님을 높이 사는 이유는 그 분의 피나는 노력에 있습니다. 목성이 탁하고 음량이 부족한데다 상성(上聲)이 막힌 ‘떡목’이셨습니다. 소리꾼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죠. 그런데 목숨을 걸고 수련한 끝에 명창에 오르셨으니 대단한 분이시죠. 지난 4월 열린 ‘제1회 심곡사 떡목 음악회’는 떡목을 딛고 명창이 된 정정렬 선생을 기리기 위한 축제입니다.

- 국창 정정렬 선생 추모공연 출연진은.

=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추성봉 씨 사회로 전년도 장원 유성실 씨가 적벽가 중 활 쏘는 대목을 부릅니다. 고수는 임청현 전북도립국악원 고수부 교수가 맡습니다.
거문고 산조는 신쾌동류인데 김무길, 노택용, 송세엽이 출연합니다.
이어 민요는 저를 비롯해 박추자, 조영자, 김향순, 유수정, 모보경, 김금미, 김세미 등 명창이 부릅니다. 아쟁 김효신, 대금 조재수, 가야금, 황은숙, 장구 임청현, 거문고 송세엽이 기악합주를 합니다.
대미는 가야금 병창입니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 문명자 씨와 별밭 가얏고 예술단 29명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신명나게 공연합니다.

- 끝으로 한 말씀.

= 익산 전국 판소리 대회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판소리 대회입니다. 소리의 고장 익산의 시민으로서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인 대회입니다.
국악인은 물론 익산시민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옛 것은 소중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고 특히 익산의 소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되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으로서 좀 더 알차고 발전하는 대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합니다. 거듭 시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바랍니다.

/우창수 기자

#‘작은 거인’ 임화영 원장은 누구?

#후학양성 매진하는 ‘최고 소리꾼’

작은 거인 임화영 원장은 천상 소리꾼이다. 어릴 적 소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덕에 소리의 재능을 타고 났다. 하지만 그가 소리에 입문한 것은 30대 초반. 늦깎이에 소리꾼의 길에 들어섰다.

전북도 유형문화재인 최란수 선생을 시작으로 성운선, 이일주, 오정숙 명창에게 사사했다. 심청가·흥보가·적벽가를 완창했다. 1994년 익산국악원과 인연을 맺어 오늘에 이른다.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차지한 그는 드디어 2007년 ‘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임 원장의 집안은 국악가족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동생 임청현 고수(48)는 전북도립국악원 교수, 장남 송세운 씨(36)는 남원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 차남 송세엽 씨(33)는 국립남도국악원 연주단원이다. 조카 임세미 씨(26)도 국립남도국악원 단원으로 있다.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임 원장은 매년 산수련을 통해 국악꿈나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메아리 예술단도 창설, 판소리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이수자로 익산국악원장, (사)익산국악진흥원장, (사)한국국악협회 익산시지부장을 맡고 있다. 원광대학교 국악과 초빙 교수로 활동 중이고 각종 전국 국악 경연대회 심사도 하고 있다.

/우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