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했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말이다. "식사했어요!"라고 묻는 우리나라의 인사말처럼.
적도 주위에 약 1만8천여 개의 섬에 걸쳐있는 섬나라 인도네시아. 그 열대 더위로 인해 하루에 두 세 번씩 목욕을 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인도네시아라는 국명은 그리스어로 인도인을 뜻하는 ‘indos’와 섬들을 가리키는 ‘nesos’ 두 단어가 합쳐져 19세기 중엽에 완성된 이름이다. 인도네시아는 ‘산이 춤을 추고, 땅이 꿈틀거리는 나라’이다. 산이 춤을 춘다는 것은 화산이 많아 분출된다는 것이고 땅이 꿈틀거린다는 것은 지진이 많다는 것이다.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의 화산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 자연은 재난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화산 활동은 화산지대의 온천과 좋은 관광 자원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섬, 그곳에서 출발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서운 작은 공룡을 찾아 코모도섬에 들어가 본다.

■ 코모도(Comodo)란!
코모도섬은 다른 2개의 섬, 린카섬(Rinca Island)과 파카섬(Pacar Island)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는 ‘공룡의 잔재라 불리어지는 코모도 왕 도마뱀’이 살고 있다. 현존하는 도마뱀 중에 세계에서 제일 크고 사나운 왕도마뱀으로 성장한 수컷은 몸길이가 약 3m, 몸무게는 약 100kg이 넘는 거대한 체구이다.
코모도섬은 플로레스섬과 숨바섬 사이에 있으며 발리나 롬복에서 배나 비행기로 갈 수가 있다. 섬에는 코모도 드래곤이 살고 있는 로리앙(Loh Liang) 지역에서 서쪽으로 수km 떨어진 곳에 약 1천여 명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선조는 코모도와 함께 다른 섬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또한 섬에는 다이빙과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며 관리사무실과 함께 레스토랑, 선물가게 등이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의 울음소리는 코모도 드래곤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재현한 것이라 한다. 1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는 왕 도마뱀은 호주의 화석층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왕 도마뱀이 오랫동안 섬에 살아남은 것은 사자, 호랑이 등 맹수들이 바다를 건너지 못한 덕택이라고 한다.

발리 해안과 사원

■ ‘작은 공룡의 섬 코모도’ 여행의 거점도시는 발리(BaLi).
‘작은 공룡의 섬 코모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발리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플로레스섬에 도착해야 한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코모도섬으로 들어간다. 발리는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신들의 섬’이다. 실제로 발리에는 힌두교 사원이 곳곳에 약 2만여 개가 있다. 인구의 약 90%가 힌두교를 믿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원이 울루와투사원. 절벽사원으로 불린다.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 유명하며 주인공이 이곳 절벽에서 뛰어내렸던 곳이다. 이곳에는 야생원숭이가 많아서 방문객의 모자, 안경 등을 원숭이가 낚아 채가기도 한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이곳에서 전통무용인 개짝댄스를 선보인다.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꾸따해변과 바위밑구멍으로 물이 흐르는 곳에 있는 아름다운 동굴사원(바투불롱)이 있다. ‘지상의 낙원’이라 불리는 발리섬에서 휴식을 취한 후, 코모도섬의 작은 공룡을 찾아 나설 수가 있다.

■ 플로레스섬의 코모도행 출항지 라부한바죠 항구.
코모도섬에 가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들어갈 수가 있다. 발리에서 약 500여km 떨어진 플로레스섬의 라부한바죠에 있는 Comodo 공항으로 가야한다. 코모도 공항은 아주 작은 소규모 공항으로 사무실도 교실 한 두 칸 정도의 크기이다. 라부한바죠는 프로세스섬의 북쪽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로 코모도섬에 들어가는 배의 출발 기항지이다.
코모도섬과 린카섬, 파카섬 등 세 곳의 섬에 드래곤이 살고 있다. 파카섬은 무인도이기 때문에 가지 않고 코모도섬과 린카섬 두 곳에서 여행하며 드래곤을 볼 수가 있다. 코모도섬은 라부한바죠항에서 배로 약 4시간정도, 린카섬은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시간이 부족하거나 배 멀미 등 배 타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린카섬에 들어가 드래곤을 보게 된다.
라부한바죠는 조그마한 예쁜 항구도시로 대형 크루즈선이 들르기도 한다. 라부한바죠 시내는 비포장 도로로 약간 높은 언덕에 라부한바죠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면서 식사를 했다. 플로레스의 스페인어 뜻이 ‘아름다움’이라던데 아름답고 멋있는 항구는 바로 라부한바죠항 이다.

■ 코모도 가는 길은 잔잔한 인도양 바닷길.
인도양을 건넌다. 자그마한 통통배로.
‘태평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 당신이 부른다면 달려 가겠다’던 박상철의 ‘무조건’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인도양을 건너서 코모도섬에 들어가는 것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들인 ‘세계 28대 자연경관’ 지역은 그렇게 ‘무조건’ 필자를 부르고 있었다.
코모도 가는 바닷길은 잔잔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다도해처럼 주위에 많은 섬들로 인해서 바닷물이 잔잔한 것 같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를 달리는 것 같다. 천천히 달리는 배의 엔진소리에 놀라 날치(flying fish)가 이리저리 뛰면서 인사를 한다. 어떤 녀석은 깡충깡충 뛰면서 날라 다닌다. 마치 물위에 돌을 던지면 몇 번씩 물 위에 떠 있다가 가라앉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날치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니 배의 반대편으로 일정하게 나는 것 아닌가! 엔진 소음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날치의 뒤꽁무니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약 4시간이 지나자 코모도섬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산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마치 ‘공룡들의 하품’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길게 뿜어대는 하품이 하늘 높게 솟구치고 있다.
코모도 마을이 보인다. 약 1천여 명이 살고 있다는  촌락에는 드래곤이 없어서 배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드래곤과 인간이 공존하는 섬,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어 보인다. 통통배는 코모도섬 접안을 준비한다. 접안을 용이하게 나무로 만든 접안시설이 인상 깊다. 자연을 생각하는 친환경 시설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작은 공룡’이 살고 있는 곳인데.

■ 코모도 드래곤(Dragon)은?
코모도 드래곤은 갑옷처럼 두꺼운 피부, 매서운 눈매, 기다란 꼬리, 둘로 갈라진 혓바닥, 어슬렁 기어 다니는 네다리, 질질 흘리는 침,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사나운 왕도마뱀이다. 아침에는 식욕이 왕성해 사람들도 위험하다.
코모도 드래곤은 주로 야생사슴, 멧돼지, 말, 물소 등을 잡아먹으며 자기 새끼도 종종 잡아먹으므로 새끼 드래곤은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엎드려 가만히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큰일 날 수가 있다. 먹이가 다가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덮쳐서 배를 할퀴어 내장까지 파먹는다고 한다. 코모도 드래곤은 알에서 깨어나면 몸길이가 30~40cm에 불과하지만, 5~6년이 지나면 길이가 3m정도 몸무게가 약 100kg이 넘는다. 수명은 약 50년 정도 라고 한다. 코모도 드래곤의 치명적 무기는 침, 질질 흘리는 침 속에는 박테리아가 있어서 드래곤에게 물리면 패혈증으로 빠르게 죽게 된다. 코모도 드래곤을 1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언제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고 자기보다 훨씬 몸이 큰 물소도 쓰러뜨려서 먹어 버리므로 조심해야 한다. 배가 고프면 사람에게도 달려들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코모도 드래곤 만나는 트래킹, 숲속에서 길을 가로지르는 큰 드래곤을 만나다.
긴 나무 부교를 건너면 2마리의 드래곤이 새겨진 부조가 이방인을 반긴다. 그 뒤로 Comodo(코모도)라는 간판과 사무실이 있고 2명의 관리인이 반긴다. 유일하게 혼자 방문하는 나를 보고는 매우 반가운가 보다. 책임자인 듯 한 사람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얼마 전에도 한국인이 왔었다면서 ‘하이파이브’ 하며 손뼉을 마주치며 반겨준다. 드래곤을 만나는 트래킹은 안내자가 꼭 필요하다. 드래곤이 갑자기 출현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게 받침대처럼 생긴 긴 막대를 트래킹 안내인과 나와 함께 방문했던 가이드가 하나씩 든다. 그 막대기는 만약에 드래곤이 달려들었을 때 방어하는 일종의 방어무기다. 트래킹 코스는 약 1.5km 정도 되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나는 카메라를 메고 긴장을 하면서 밀림 속을 따라 나섰다.
조그마한 오솔길을 따라 가는데 앞에는 트래킹 안내인이 앞장서고 뒤에는 여행 가이드가 긴 막대를 들고 따라온다. 마치 앞, 뒤에서 이방인을 호위하는 모습이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나무 위를 옮겨 다니는 녹색뱀 이다. 그리 크지 않은 녹색뱀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이동해 움직이고 있다. 다음에는 사슴이 나타난다. 사슴, 멧돼지가 드래곤 먹이사냥감의 주종 이라는데 상당히 동작이 빨라보인다.
코모도 숲은 열대우림으로 커다란 10여m의 팜트리가 많이 자라고 있다. 드디어 꽤 넓은 개활지가 나타난다. 선두에 가던 트래킹 안내인이 ‘쉿’ 하면서 조용히 하란다. 커다란 드래곤을 발견했단다. 길이는 2.5m 정도, 무게는 90kg 정도다. 녀석은 잠을 자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계속 셔터를 눌러대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으면 멋있는 드래곤 사진이 나왔을 텐데….
사진을 찍고서 가려는데 그때서야 부스럭 움직인다. 고개를 들고 있다. 긴장을 하면서 고개를 들고 있는 사진을 찍었다. 만약 드래곤에 물리면 폐혈증으로 인해 2시간 안에 응급조치가 없으면 죽는다고 한다.
한참 길을 걷는데 길을 가로질러 커다란 드래곤이 지나간다. 마치 곰이 서서 다니듯 사람보다 훨씬 큰 녀석이 길을 가로 지르며 쏜살같이 지나갔으나 셔터 누르기에는 너무 늦었다. 혼자 다니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트래킹 안내인과 함께 앞뒤를 둘러보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어디선가 숲속에서 나타날 것만 같다.
그렇지 않으면 숲속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던지.

■ 드래곤이 어슬렁거리는 레스토랑과 선물가게.
길가에서 커다란 드래곤을 만난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파란 바다가 나타난다. 조그마한 천(川)을 가로 지르는 나무다리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일직선으로 쭉 늘어진 선물가게가 있다. 많은 방문객이 도착한줄 알고 수십 개의 좌판 판매대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거의가 빈 판매대고 끄트머리에 5~6개의 판매대만 선물을 늘어놓고 팔고 있다. 손님은 필자 단1명, 파는 사람은 5~6명, 한 바퀴 돌아 보고나서 기념으로 코모도 드래곤 모형 한 개를 구입했다.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레스토랑 이란다. 손님이 없어 텅 빈 상태였고 주위에는 조그마한 몇 마리의 드래곤이 여기저기 있다. 그때 조그마한 드래곤 한 마리가 네발로 재빠르게 숲속으로 도망간다. 제일 큰 드래곤을 만난 것이다. 길이는 약 3m정도, 무게는 100kg이 넘게 보였다. 고개를 들고서는 눈만 껌뻑인다. 레스토랑 주위에 있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긴 나무 작대기는 들고 있었지만.
레스토랑 난간에는 몇 개의 지게 받침 막대기가 비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드래곤 한 마리는 레스토랑 밑 시원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한숨 자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고 해치지 않는걸 알고서 레스토랑 인근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고기 등 먹이는 주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순간, 드래곤은 야성(野性)을 잃고 인간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생기고 먹이를 잡아먹는 운동을 하지 않음으로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다. 작은 공룡 드래곤도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지네.

■ 코모도 방문 여행객은 단 1명.
플로레스섬에서 코모도 갈 때는 여행객은 나 혼자였다. 비수기라 그런지 여행객이 모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여명의 여행객이 탈 수 있는 배를 나 혼자 타려니 어쩐지 미안하기도 했다.
선장과 조수, 현지인 가이드와 그리고 나, 모두가 4명. 1명의 여행객을 위해서 배 한척과 3명의 안내인이 왕복 10여 시간 소요되는 먼 바닷길에 동행하는 것이다. 선상에서 혼자 누워있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많은 섬, 그리고 날치 등을 보면서 배를 타니 그렇게 심심하지 않았다. 몇 달 전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이사벨라섬에 갈 때에도 실제 여행자는 나 혼자였다. 그때는 험한 태평양 파도와 싸웠는데 이번에는 주위의 많은 섬으로 인해 파도는 잔잔했다.
코모도섬에 도착해서도 다른 여행객은 보이지 않았다. 2~3시간 소요된 트래킹과 레스토랑 산책에도 한명의 여행객도 발견할 수 없었고 이렇게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생활하나 걱정도 됐다.
코모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었는데 배안에서 식사를 준비했단다. 우리가 트래킹하는 동안에 선장과 조수는 식사를 준비했던 것이다. 음식은 돼지고기요리, 두부와 채소무침, 레몬주스, 그리고 볶음밥까지 푸짐하게 준비됐다. 밥을 먹기 시작 했을 때, 배는 코모도를 떠나고 있었다.
작은 공룡이여 안녕! 코모도여 안녕!

■ 플로레스섬 현지인 초대.
현지인 가이드가 집에 초대한단다. 부인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집과 가족들도 보여준다고 한다. 여행 중에 현지인 집에 방문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현지인 채취’를 진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현지인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는데, 주위에는 수상가옥처럼 또한 원두막처럼 2층집도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동물들의 침입이 있어서 그런지 집들은 이층집으로 시원하게 지어져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원두막과 다른 새로 지은 집이었다. 5개월 전에 완성된 집이라 했고 전기는 자가발전해 사용하고 있었다. 나를 안내한 현지인은 가이드 생활하며 영어를 할 수 있는지라 수입은 동네 주민보다 조금 낫다고 했다. 2년 걸려 집을 지었는데 돈이 생길 때 마다 조금 씩 지었다고 했다. 우리식과 다른 사고방식 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정성스럽게 요리된 음식이 나왔다. 40cm 크기에 약 2kg 정도의 물고기를 불에 구워 나왔다. 전기구이보다 직접 불에 구웠다는데 더욱 맛이 좋았다. 양파, 당근 등 약간의 양념을 넣어서 요리했는데 현지인 4명과 함께 약간 도수 있는 현지 술을 곁들여서 훌륭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최대의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마침 갖고 있던 약간의 한국 선물을 그의 부인과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현지인의 초대, 그렇게 풀로레스 밤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그대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