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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연 칼럼-천재시인 '허난설헌'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0년 07월 26일(월)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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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1563~1589)은 강릉 초당동에서 문한가(文翰家)로 유명한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초희이고 난설헌은 그의 호이다. 스스로도 용모가 아름다웠다고 느꼈던 듯 자신의 용모를 꽃에 비유한 시 한 수가 전한다.
‘우리 사는 집은 장간리 마을/ 장간리 길을 오고 가면서/ 꽃가지 꺾어 임에게 묻네/ 꽃과 나와 어느 쪽이 더 예쁜가를’
아버지 허엽은 첫 부인과 사별한 뒤, 강릉김씨 김광철의 딸을 재취하여 허봉과 허초희, 허 균 등 3남매를 두었다. 난설헌은 어릴 때 오빠와 동생의 틈바구니에서 어깨너머로 글을 배웠으며, 아름다운 용모 못지않게 재능이 뛰어났다.
8살에 신선 세계를 시적으로 묘사한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을 쓸 정도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났다. 소녀시절은 경상감사였던 아버지 허 엽의 관직생활로 부유하였고, 그의 시세계 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준 친 오라버니 허봉도 대과에 합격해 열다섯 살 때 교리가 된다.
난설헌 나이 감수성 많은 열 살 때였다.
난설헌이 14살 되던 해, 한 살 위인 교리 김첨의 아들 김성립과 결혼을 하게 된다. 김성립의 아버지 김첨과 오라버니 허봉이 강당의 동창이었고, 각별히 사이가 좋아 혼담이 이루어졌다.
시댁은 5대가 계속 문과에 급제한 문벌 있는 안동김씨 집안이었다. 시어머니 또한 이조판서 송기수의 딸이었다. 남편은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기방을 드나들며 풍류를 즐겼고, 시어머니는 시기와 질투로 그녀를 학대했다.
김성립과 시댁은 그녀가 종부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기를 바랐다. 그녀에게 설상가상으로 밀어닥친 불행은 사랑하는 두 자녀를 차례로 잃은 일이었다. 그 충격으로 유산까지 하게 되는 등 가정적으로 불운이 연속되었다.
딸을 애지중지하던 아버지 허엽조차 난설헌이 18세 되던 해 정쟁 속에 상주 객관에서 돌아가셨다. 가장 믿고 따랐던 둘째 오라버니 허봉 역시 난설헌이 21세 되던 해 동인에 속한 학자들과 율곡을 논하다 죄를 얻어 갑산으로 귀양갔다. 허 봉은 귀양에서 풀려난 후에도 한양에는 들어갈 수 없어 금강산을 떠돌다가 끝내 38세라는 젊은 나이로 객사하는 비운을 맞았다.
난설헌은 안동김씨 가문 김성립에게 출가한 뒤 시댁 그리고 남편과의 불화, 정쟁에 휘말린 아버지의 객사, 두 아이의 죽음 등 개인적으로 불행한 속에서 27살 꽃다운 나이에 요절했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여성의 삶의 목표가 되던 시대에 현숙한 어머니와 어진 부인이 될 수 없었던 난설헌에게 단 하나의 탈출구는 활화산처럼 넘쳐흐르는 시혼이었다.
난설헌의 시풍은 일찍이 오라버니 허봉과 당시 삼당시인으로 유명했던 이달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주위의 사물을 매우 정감 있게 묘사하고, 시어가 평이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난설헌은 죽기 전 자신이 남긴 글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동생인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누이의 시문이 너무 아름답고 그 생이 안타까워 누이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죽기 전 허난설헌은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 넓은 세상 가운데 하필이면 ‘조선’이라는 작은 땅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그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해에는 사랑하는 딸 잃고/ 올해 사랑하는 아들 잃어/ 애달프고 애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마주하고 있네...’ 라고 시작하는 오언고시 곡자(哭子)에는 그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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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신문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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