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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연 칼럼> 친절한 금자씨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0년 06월 21일(월)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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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여주인공 금자씨(이영애 분)가 크리스마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배경 음악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교회와 산타 크로스 분장의 몇몇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교회 전도사가 그녀 앞에 두부를 바치며 말한다.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의미라고. 교도소에서 나온 금자씨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얼음 같은 표정으로 전도사를 노려본 금자씨는 두부를 엎어버린다. 그리고 말한다. “너나 잘하세요.” 금자씨의 말이 눈송이와 함께 공중에 흩어져 날린다. 추운 겨울-.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첫 장면이다. 이 ‘너나 잘하세요’는 한 때 우리 사회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금자씨는 상대역인 최민식과 둘이서 남자 아이를 유괴했다. 부잣집 아이를 유괴하여 요구하는 돈만 받으면 돌려보낸다는 것이 금자씨의 애당초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민식이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를 죽였다. 그런 후에 유괴한 아이를 죽인 벌을 금자씨 혼자 뒤집어쓰라고 요구했다. 그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엔 금자씨의 아이가 죽을 거였다. 금자씨에겐 딸이 하나 있었다. 최민식 대신 형을 살아 준다면 딸은 자기가 잘 보살핀다는 조건이었다.
금자씨는 어절 수 없이 공범인 최민식을 믿고, 교도소에서 13년을 살았다. 그런데 그녀가 교도소에서 나온 건 고난의 끝이 아니라 더 험난한 고난의 시작이었다. 최민식은 그녀가 형을 사는 동안, 딸을 잘 키워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금자씨의 딸을 외국에 입양해버렸다. 금자씨와 딸의 운명이 한 악독한 남자에 의해 송두리째 짓밟힌 상황이다. 때문에 금자씨가 최민식을 향해 가지는 적의에 객석의 관중 또한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오랜 시간 눈물을 안으로 삼키며 복수의 칼날을 벼린다.
우여곡절 끝에 교도소 동료의 도움을 받아 결국 원수를 만나고 최민식을 포박하기에 이른다. 그 동안 최민식은 유괴를 몇 번 더 자행했고 그때마다 어린이를 죽였다. 금자씨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그 부모들을 모두 불러들여 그들로 하여금 최민식을 죽이게 만든다. 금자씨의 복수는 더 없이 잔혹하고 한 치의 눈물도 허용하지 않는다.
복수 끝에 금자씨는 먼 이국 땅에서 잘 자란, 예쁘고 천진난만한 딸을 만난다.
자기 아이에 대한 죄의식과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응결된 금자씨의 농밀하면서도 언뜻 무감해 보이는 표정이 압권이다. 겉으로는 순해 보이는 속의 야수성과 사람을 죽인 직후에도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이영애 씨의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더했다는 느낌이 든다.
주제는 그것과 상관없이 악을 향해 달려간 한 여자의 인생을 그렸다. 죄의 제기와 그 죄의 벌과 구원의 얘기인 것이다. 금자씨가 최민식에게 이용당한 후, 그에게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것 같지만 사실 금자씨는 남자와 유괴를 모의했을 때부터 참하게 보이는 겉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악했다.
처음의 잘못된 작은 생각 하나가 인간을 얼마만큼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 영화다. 금자씨는 여한 없이 복수를 했지만 마음은 아직도 어둡다. 복수가 정작 자신의 구원도 아니었다.
인간에게 진정 구원이 있는가? 그리고 그 길은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되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해답이 어려운 만큼 그 문젠 언뜻 달콤해 보이는 우리들의 삶 저 뒤로 유보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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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신문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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