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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과 정착촌 이야기 - 정복규 본사사장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09년 12월 21일(월)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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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의 목자'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다미앵 신부가 지난 10월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 다미앵 신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집전한 시성(諡聖)식을 통해 타계 120년 만에 성인이 됐다.
다미앵 신부는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 한센병 환자 정착촌이 들어서자 1873년 단신으로 그곳에 들어갔다. 그 뒤 16년 간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도 한센병에 걸려 결국 1889년 4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센병(hansen disease)'은 '나병(leprosy)'이라고 불렸다.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hansen)이 1873년에 이 병의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센병은 1941년 특효약이 발명되면서 완치가 가능해졌다. 유전과도 무관하다. 전염도 활동성 양성인 경우만 해당된다. 양성인 경우도 약을 복용하면 음성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염율은 극히 희박하다.
전라남도 고흥에 있는 소록도는 녹동항에서 마주보이는 배로 5분 거리의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본래 사슴이 많이 산다고 하여 녹도(鹿島)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녹도를 비하하기 위하여 작을소(小)를 붙여 소록도라 했다.
이곳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 기원은 구한말 선교사들이 세운 시립 나요양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 일제시대부터 국립소록도 병원에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수용해왔다. 그 뒤 1916년 조선총독부는 소록도 자혜병원을 정식으로 개원했다.
그러면서 일제는 한센병 환자를 강제 수용하기 위한 시설로 이 병원을 사용했다. 자혜병원에 있던 한센병 환자들은 강제노역, 불임수술, 낙태, 감금, 구타 등 수많은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다.
현재 이곳에는 일제 때의 한센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감금실과 검시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한 모두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역사적인 건물과 표지판 등도 많이 남아 있다.
소록도에는 나병시인으로 유명한 한하운(韓何雲,1919~1975)의 시비가 지난 1973년에 세워졌다. 그는 천형(天刑)의 한 속에서 인생의 절망과 슬픔을 담은“보리피리”의 주인공이다.
한하운 시인은 중국 북경대학을 졸업한 뒤 경기도청에 근무 중 나병에 걸렸다. 그는 결국 방랑의 길을 나선다.“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이 시는 그가 소록도로 가는 길에 읊은“전라도길“이다. 한하운은 자신의 불행했던 생애를 이처럼 시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나환자의 강제구금, 구속에 관한 법규도 1963년경까지 존속했다. 몇 년 전 110여 명의 소록도병원 재원 병력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67명이 보상금을 받게 됐다. 1945년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들도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88개의 한센병 집단부락이 있으며 정착촌이라고 불린다.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전라남도 여수 애양원 일대에는 가축분뇨와 음식물 폐기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이 들어선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 플랜트시설 설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마을 축산농가는 음식폐기물 반입을 허용해 주는 대신 가축분뇨를 공짜로 처리 받고 업체는 마을에 지원기금을 지속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곳 애양원은 1976년 한센병 환자를 위한 정착촌으로 조성됐으며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돼지, 닭 등을 사육하는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을 전체가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에 시달려 왔다.
이런 상황은 전북 익산시 왕궁면 한센병 환자 정착촌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570여 농가가 돼지 12만여 마리, 닭 10만여 마리를 사육한다. 그러면서 하루에 배출되는 폐수 1천170여t이 만경강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이곳의 폐수를 차단하지 않고는 새만금의 수질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997년에 준공된 축분 처리시설이 가동되고는 있다. 그러나 유입 농도가 짙어 폐수 처리에 실패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보강공사가 내년 말 끝나더라도 폐수를 100%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정복규 익산신문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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