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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전 소년병 보상하라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09년 09월 21일(월)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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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이 빗발치는 한 가운데서 조국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목숨 바쳐 충성했습니다. 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무관심뿐입니다. 마땅한 예우가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14~17살, 꽃다운 나이에 자의반 타의반 전쟁터에 나가 국가수호를 위해 피를 흘렸던 소년병들. 반백년이 지난 지금 소년·소녀병들이 이들의 실체와 예우보장을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15일 오전 9시30분 익산역광장. 세월의 무상함만큼이나 백발로 성성해진 모습의 ‘6.25 참전용사 대한민국 유공자회 익산시지회(회장 박윤규)’ 5명의 소년병들이 애절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전쟁 당시 병역과는 무관한 나이였음에도 국가의 위기에 맞서 자신의 신체만한 총을 메고 전쟁터를 누볐던 소년병들. 이들은 군번과 계급을 지급받고 정규군으로 활동했다. 중학교 2·3·4학년 심지어 또래 소녀들까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1만여 명의 소년병들 중 확인된 전사자만 2천268명, 행방불명 2906명 등이 발생했다. 더욱이 1951년 소년병 해산명령과 종군학생 복교조치에도 18세 이상 징집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1~2년 더 복무했다.
비정규군과 달리 낙동강 다부동전투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전선에 배치돼 총탄이 빗발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무관심과 홀대뿐이었다.
비정규군은 특별기여로 서훈하고 국가유공자 예우로 연금과 현충시설을 조생한데 반해 생존해 있는 4천826명은 현재까지 실체인정은 물론 예우보상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조기입대로 신체 거주 자유, 학문적 자유를 잃고 배움의 적기를 놓쳐 실패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아왔다.
남다른 희생을 하고도 정부의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해 말 못할 서러움에 사 묻혀 일평생을 살아왔다는 소년병들. 팔순을 목전에 두고 차디찬 병상에 누워 덧없는 인생을 마무리하며 속수무책 지켜만 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전국에 생존해 있는 소년병은 이제 4천748명. 노령의 소년·소녀병들의 소원은 한가지다. 전사기록과 함께 현충시설을 건립해 장렬히 산화한 소년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체인정과 현실적인 예우보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특별법 제정으로 자부심 및 긍지와 명예를 살리는 것이 값진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다.
한편 익산시에 생존해 있는 소년병들은 △김길수 씨(신용동·73) △김종권 씨(남중동·74) △유경옥 씨(신동·75) △한봉호 씨(모현동·75) △이우식 씨(주현동·73) △공승열 씨(송학동·73) 등 5명이다.
“소년병들의 숭고한 희생 기려야”
소년병 이우식 할아버지
“비정규군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참전예우법으로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병들은 어쩠나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고성, 화천, 철원 등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던 그곳에서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온 이우식 할아버지. 1956년 제대를 하고 고향인 익산에 돌아왔지만 모교인 이리동산초에서는 다시 받아 주질 않았다.
조국을 구했다는 자부심도 남달랐지만 이면엔 배우지 못했다는 서러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믿고 기다렸다. 소년병들의 대한 처우계선이 이뤄질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국가의 무관심과 홀대 뿐.
이 할아버지는 “말이 좋아 참전예우법이지, 소년병들은 75세가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우가 형편없다”고 혀를 찼다.
비정규군으로 복무했던 사람들이 비해 피 흘려 쓰러져갔던 소년병들은 훈·포장은 고사하고 병원에서 조차 맘 놓고 치료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것.
이 할아버지는 “돈을 받고 싶어 길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참전예우법에 포함시켜 처우를 개선하고 소년병들이 사라지기 전에 희생정신을 인정받고 싶어서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증유의 국난을 위해 몸 바친 소년병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숭고한 희생을 기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늙은 소년병’ 이우식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한 마디다. /전대영 기자 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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