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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기행-얼큰이 덜큰이
익산신문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0년 11월 08일(월)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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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금주부터 '정복규 성공칼럼' 대신 미식가인 박기옥 동일유업 전무의 '미식기행'을 연재한다.
익산이란 도시에 처음 발을 들인 게 지난 2월. 익산역, 보석도시, 정도로만 알던 이곳에서 2년을 지내게 되어 방문한 첫 날, 안내하던 후배가 점심으로 생각했던 집이라며 앞장섰다. 딱히 주차장은 아니지만 적당히 빈자리에 차를 세웠다. 머리위로 전주 넘어가는 기찻길이 지나간다.
<얼큰이덜큰이>
떡 벌어진 간판 사이즈가 주변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지상파 방송에 출연(이제는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했다고 쓰여진 한 편의 내용이 다소 아쉽다. 무엇이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믿음이 가는데, 이곳은 간판이나 실내나 분위기가 다르지 않아 자리에 앉기 편하다. 메뉴며 광고가 정돈되지 않은 채 붙어있는 것도 그렇고, 주인장 내외가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마실 온 이웃 보듯 한다.
빠가사리
송사리, 메기, 쏘가리얼큰이까지 있는데 오늘은 빠가얼큰이를 주문했다. 어느새 상이 차려지고 적당히 끓고 있는 매운탕이 올려졌다.
먼저 젓가락이 찾아간 것은 빠가사리의 속살이다. 한 점 흰 살을 떼어내는데 국물이 적당히 묻어 미처 혀에 닿기도 전에 침이 고인다. 입 속에서 스르르 녹기야 하겠냐마는 그 살맛은 차라리 달큰하다.
국물까지 한 숟가락 더하니 이것이 매운탕이다.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래기를 밥에 말아 올리고 한 입 가득 먹는 동안 일행들이 노래를 부른다. “어흐~, 죽인다~ (좋아도 입버릇처럼 죽인다고 하는데 뭘 죽인다는 건지???).”
민물 특유의 비릿함은 잡아내고 매운탕의 덕목인 시원하고 얼큰한 맛은 이 땅에서 자라고 난 것들의 어울림으로 일품이다. 반주 한 잔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
‘얼큰이덜큰이’란 상호에서 풍겨지듯 다소 강한 국물의 풍미는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유지되다가 어느새 걸쭉해 지는 것은 수제비의 역할. 이즈음 내놓는 직접 담궜다는 술에 인심이 묻어있다. 적당히 덜어내어 밥 한 공기 해치우는 동안 전혀 물리지 않는다. 밥과 잘 어울리는 맛이 좋다.
주인내외
요기가 되었을 즈음 맛있다고 건넨 인사말에 주인 내외가 말 보따리를 푼다. 매달려 있는 말린 나물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굳이 뒷마당 어항의 쏘가리를 보여주며 미리 예약해야 맛 볼 수 있다는 말도 즐겁다(운이 좋았는지 두번째 방문시 예약도 않고 얼큰 담백한 쏘가리얼큰이를 맛보았다).
계절 따라 나물 캐러 길을 나서고, 덤으로 약초까지 구하여 팔기도 하니, 이 부부는 좋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건강도 얻는단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입산 마다하고 우리 민물에서 건진 물고기 구하러 다닌다는 설명에 믿음이 간다. 입을 즐겁게 하며 몸에 좋은 음식도 좋지만 상을 마주하고 어울려서 주인이나 객이나 즐거워 하니 그 풍취가 더 좋다.
/박기옥 동일유업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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