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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작은 기쁨 만들기-하송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24일(금)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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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송 시인
ⓒ 익산신문 
운동장을 지날 때였습니다. 작은 들꽃이 갑자기 눈 안에 들어왔습니다. 화단 옆으로 삐져나온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화단 안의 풍성하고 화려한 꽃만 봐왔기에 생경스러움과 함께 그동안의 무심함에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옆에 가서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어머 별이네!” 나도 모르게 나온 외침 소리에, 함께 가던 선생님도 신기한지 “어디, 정말 별 모양이네!”하면서 역시 감탄을 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오랫동안 자세히 봐야만 겨우 보이는 크기인데 정말 완벽한 별 모양이었습니다. 그동안 크고 화려한 꽃 속에 가려져서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기쁨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공휴일이 아닌 것에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장거리 출근으로 오랜 시간 운전하느라 피로가 누적되어서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천근만근 되기도 합니다. 주말에 잠만 자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월요일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며칠 전 동료의 한 마디에 머리를 띵하고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오면 공기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깊은 산골로 출퇴근을 하느라 사계절의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했습니다. 

잠이 많아서 아침 일찍 힘들게 일어나고, 장거리 운전하느라 쌓이는 피로감에 젖어 지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고마움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동료 덕분에 점점 멀어져가던 기쁨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어버이날,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남동생만 빼고 모든 형제자매가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습니다. 케이크 촛불을 끄고 다과 시간까지 가진 후에 감사의 인사말과 함께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심결에 L백화점에서 샀다는데 이모 양산이 예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L백화점에 갔습니다. 우산과 겸해서 활용할 수 있는 양산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구입하려니 어머니께서 어떤 색을 좋아하실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점잖은 것을 좋아하시니 무채색을 고를까? 너무 칙칙할 텐데…. 그럼 화려한 색을 고를까? 아니야, 요란하다고 싫어하실 거야. 그럼 어떡하지?
  
무채색을 들었다가 화려한 색을 들었다가 결정을 못하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중에 양산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두운 바탕에 작은 꽃모양이 앙증맞게 별처럼 총총하게 새겨진 무늬였습니다. 학교 운동장 구석진 곳에서 소리 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이고 있는 별꽃이 연상되어서 얼른 집었습니다. 눈치 빠른 직원이, 선물 하실 거면 포장을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단정하게 포장이 된 양산을 들고 나서면서, 혹시 선물 받으시는 분이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교환이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교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양산을 보신 어머니께서 작은 꽃모양이 예쁘다며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지출로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교실 밖을 나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장미와 철쭉은 화단 한 가운데에서 어깨를 으쓱이고, 키 작은 꽃 잔디도 꽃 분홍 옷을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모퉁이로 발길을 돌리자, 별 모양의 들꽃이 겨우 몇 가닥만 남은 채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흔들리다 며칠 있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들꽃이 너무 안쓰러워졌습니다.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문득 압화(押花)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가위로 조심스럽게 잘라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옳은 일인지! 의구심(疑懼心)과 함께 며칠 있다가 사라지도록 그냥 놔두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갈등이 생겼습니다. 

책갈피로 거듭나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치유와 기쁨을 선사해주는 것이, 들꽃으로서 더욱 값진 일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새 생명을 입은 들꽃 책갈피가 사계절 내내 봄의 생명력을 뿜어낼 것입니다. 봄 들꽃 책갈피를 선물로 받은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봄꿈을 꿀 것입니다. 작은 기쁨이 별 속에 담겨서 엄마의 양산과 책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초롱초롱 빛나면 좋겠습니다.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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